정신없이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을 맞았다. 주말에 부담 가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인지 몸이 무거웠다. 가볍게 먹고 싶으면서도 맛있는 것도 먹고 싶어 냉장고를 서성이다 애호박을 골랐다.
처음 애호박을 칼로 잘랐을 때가 떠오른다. 힘을 주지 않아도 부드럽게 썰리는 감각에 놀랐었다. 호박은 껍질이 단단하니 애호박도 적당히 딱딱할 줄 알았다. 어린 호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감자만큼은 서걱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동그란 모양의 애호박을 부침가루에 묻힌 다음 팬에 부쳤다. 노란 속이 투명해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따뜻한 애호박전을 씹으니 은은한 단맛이 퍼진다. 단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애호박전은 노골적이지 않아 좋다. 적당히 짠 간장에 살짝 찍어 먹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애호박전은 쉽게 물러진다. 다른 전보다 바삭함은 덜하다. 하지만 계속 집어 먹게 된다. 그래서 반만 자르고 이만하면 되겠지싶다가도 막상 먹으면 모두 자를 걸 후회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