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알배추로 따뜻한 배추국을 끓일까 하여 냉장고를 열었다. 덩그러니 놓인 팽이버섯 한 봉지가 눈에 띄었다. 국에 넣으면 되겠다 싶어 같이 꺼냈다. 배춧잎을 한 장씩 뜯어 물에 씻었다. 칼로 듬성듬성 잘랐다. 엄마의 손맛이 듬뿍 담긴 집된장을 끓는 물에 넣고 휘휘 풀었다. 구수한 냄새가 풍길 때쯤 배춧잎을 넣었다. 보글보글 끓는 걸 지켜보다 팽이버섯도 넣었다. 청양고추를 넣고 익으면 맛을 봤다. 밥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지만 짭조름했다. 이것만 먹으면 배가 찰까 생각하며 수저를 씻는데 옆에 남은 팽이버섯이 보였다. 반이 훨씬 넘게 남아 있었다.
팽이버섯은 늘 애매하다. 마트에서는 꼭 두 개에 1,000원으로 묶어 팔았다. 그렇게 집어오면 된장찌개에 넣을 분량만 쓰고 항상 남았다. 가늘고 긴 팽이버섯의 식감 때문이었는지, 다른 버섯에 비해 손이 잘 안 가기도 했다. 어쩌지 싶다가, 문득 월남쌈에 빠졌을 때 쟁여둔 라이스페이퍼가 생각났다.
물에 살짝 적신 라이스페이퍼 안에 팽이버섯을 그대로 넣었다. 양쪽 끝을 접어 모양을 잡았다. 프라이팬을 달구고, 엄마가 준 들기름을 꺼냈다. 예전에 들기름으로 구운 두부가 맛있었던 게 떠올랐기에 이것도 통할 것 같아서였다.
들기름을 휘 두르고 라이스페이퍼로 싼 팽이버섯을 넣었다. 자글자글한 소리와 함께 들기름 향이 퍼졌다. 생각보다 흐물흐물해지고 모양이 이상해졌다. 버섯에서 나온 물 때문일까, 망쳤다 싶어 레시피를 확인하니 생각보다 오래 익혀야 한다는 문구가 보였다. 키친 타월로 물을 조금 닦으니 표면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노릇해진 팽이버섯을 집어 접시에 올렸다.
손이 먼저 가는 건 팽이버섯이다. 모양은 예상을 벗어났지만 어느 정도 겉이 바삭해 보인다. 한입에 먹기 좋게 가위로 자른 다음 입에 넣었다. 바삭한 라이스페이퍼 안에 촉촉한 팽이버섯 덕분에 씹는 맛이 풍부했다. 냉장고에서 매운 칠리 소스를 시험 삼아 꺼냈다. 팽이버섯을 찍어 먹으니 궁합이 찰떡이다. 손이 쉬질 않아 팽이버섯을 모조리 먹어치우는 데 몇 분 걸리지 않았다. 빈 접시를 보며 배추국에 팽이버섯을 넣지 말고 한 개 더 만들어 먹을 걸 속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여러 번 만들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