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큰느타리버섯

by 요니

마트 버섯 코너에서 기웃거리다 새송이버섯을 샀다. 어제 구워먹은 팽이 버섯이 맛있었기에, 다른 것도 구워볼까 싶어서였다. 새송이버섯은 표고버섯과 더불어 큼지막해서 좋아하는 편이다. 가격도 싸고, 부피도 제법 크니 언제 사도 가성비 좋은 재료이기도 했다.


새송이버섯을 가볍게 씻고 토막 낸 다음 들기름에 구웠다. 하얀 속살이 은은한 들기름으로 코팅되니 한층 더 먹음직스러워졌다.


입에 넣으니 쫄깃쫄깃하고 고소하다. 씹을 때의 버섯물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본연의 향이 거의 없는 대신 다른 향을 잘 흡수하는 것 같다. 얇은 팽이버섯과 달리 굵게 느껴지는 식감도 좋아서 손이 간다. 생각해 보니 나는 면도 얇은 것보다는 굵은 면을 좋아한다. 그래서 새송이버섯을 얇고 길게 써는 것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대충 4, 5등분을 동강동강 잘라내서 요리한 뒤 먹어야 비로소 새송이버섯을 먹는 기분이 든다. 취향이라는 거겠죠.


송이버섯의 대체제로 들어온 새송이버섯은 사실 느타리과라고 한다. 그래서 정식 명칭은 큰느타리버섯이다. 왜 새송이버섯인지 궁금해서 가볍게 찾아봤는데 덜컥 남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버린 기분이 들었다. 만약 사람이 이런 식으로 불린다면 정체성을 계속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 이름은 큰느타리인데 사람들이 계속 새송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나라면 무척 혼란스러울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의 제목만이라도 새송이가 아닌, 큰느타리버섯이라고 쓰기로 했다. 그래도 결국 나중엔 나도 새송이버섯이라 부르겠지만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팽이버섯 한 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