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제2의 결혼식'이라 불리며 '돌준맘', '돌끝맘'이라는 용어가 있듯, 돌은 부모에게 아이가 태어나고 가장 큰 행사다. 처음에는 직계가족과 식사 한 끼 정도로 비용을 들이지 말자고 마음먹었지만,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식사 자리를 마련하려 한옥 별채를 알아보니 이미 3개월 전에 예약이 다 차 있어 원하는 날짜보다 한 주 전으로 일정을 잡았다. 이왕 한옥에 가서 밥을 먹으니까 가족 스냅 촬영도 하자는 말이 나왔고, 결국 유명한 곳으로 예약했다. 스냅 촬영에 입을 한복도 없으니, 먼 곳까지 차를 타고 가서 입어보고 대여했다. 야외 촬영으로 끝내려고 했던 돌사진은, 그래도 스튜디오 사진도 있어야 하지 않냐는 말에 부랴부랴 예약했다.
나는 딱히 특정한 날을 기념하는 편은 아니다. 연애하고 결혼한 지 13년이 되었지만, 기념일을 성대하게 축하한 적은 없다. 여섯 해 넘도록 결혼기념일은 한 번도 챙기지 않았고 서로의 생일에도 작은 케이크 하나를 사서 초를 부는 정도였다. 심지어 나는 가끔 날짜를 까먹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남편이 오히려 기념일을 더 잘 챙기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워낙 날짜에 무디기도 하고, 특별한 날이라서 마음이 들뜨는 편도 아니니까.
그런데 아이의 돌잔치는 결국 애초 마음먹은 것과 다르게 성대해지고 있다. '이렇게 화려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다가도, '그래도 이왕이면 괜찮게 축하해 주자'는 마음으로 기울어진다. 100일에는 집에서 간소하게 휴대폰으로 사진을 남겼었는데 멀쩡한 게 없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 100일을 기념할 만한 제대로 된 사진을 남길걸 두고두고 후회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얼굴을 보면, "정말 그때만 볼 수 있는 얼굴이었구나" 하고 느끼고 만다. 그러나 사진만 남기려면 스튜디오 촬영으로도 충분하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예쁜 화보 형식으로 찍어주는 곳은 어찌나 많은지, 찾아보면 볼수록 고르기 더 어려워질 정도다.
하지만 결국 돌잔치는 잔치다. 잔칫상을 준비하고, 가족 모두 모여 한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며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이다. 아이의 존재 자체를 환영하는, 일종의 상징이다. 거기에는 웃음이 있고, 기쁨이 있다.
모든 것이 허례허식이라고 심드렁한 때도 분명 있었다. 되돌아보니 나는 돈보다 마음에 인색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씀에 있어서 효율성과 경제성을 따지는 일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돌잔치를 준비하면서 느꼈다. 온 가족이 마음을 모아 축하하는 건 인생에서 얼마 되지 않는다고. 그럴 때는 마음껏 축하해 주고, 마음을 쏟아야 한다고. 모아놓은 돈도 이럴 때 써야 하는 거라고.
이제 나는 마음먹었다. 매해 아이의 생일에는 있는 힘껏 마음을 쏟기로. 마음껏 축하해 주기로. 어쩌면 자기만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만족감 하나 느끼며 사는 데 나쁜 일이 어디 하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