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경채를 좋아한다. 즐겨 먹게 된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아마 마라샹궈에 빠졌을 무렵부터였을까. 아삭한 식감에 기름과 잘 어울리는 맛이라 먹다 보니, 장바구니에도 자주 들어가게 되었다.
청경채는 생으로 먹는 일은 잘 없다. 보통 샤브샤브를 해 먹을 때 넣거나, 볶아 먹는다. 가장 많이 하는 건 역시 청경채 볶음이다.
냉장고에서 청경채 한 봉지를 꺼내 물로 씻는다. 밑동을 자르니, 잘려 나간 부분이 초록색 장미처럼 보인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에 다진 마늘을 볶는다. 양파를 넣어 투명해지면 청경채도 넣는다. 굴소스와 간장까지 부어 조리면 휘리릭 오늘의 요리 완성이다.
짭조름하면서도 아삭해서 손이 간다. 양파가 소스를 더 잘 흡수하고 본연의 맛도 달지만, 청경채만의 매력이 있다. 생각해 보니 굴소스도 오로지 청경채볶음을 위해 샀다. 뭐든 맛있게 만든다는 만능 소스지만, 할 수 있는 요리가 적어 잘 쓰지 못한다. 냉장고에 있는 여느 소스들처럼 다 쓰이지 못하고 유통기한을 지나 버리면, 다음에는 그냥 사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결국 청경채볶음 때문에 사 버리고 만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아직 다른 사람이 만든 청경채볶음을 먹어 본 적이 없다. 다른 요리들은 어디선가 먼저 맛을 보고 만들었는데, 이것만은 다르다. 다른 요리에서 재료의 맛을 먼저 보고 마음에 들어 만들기 쉬운 레시피를 발견했다. 그러다 보니 내게는 청경채볶음의 표준이 내 요리다. 어쩌면 이런 요리는 유일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