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AI의 개념에 대해 설명한 이후 거의 열흘이 지났다. 역시 매일 한 편의 글을 쓴다는건 상당히 무리가 있는 것같다. 예전에 인사와 관련된 글을 연재로 하루 혹은 이틀에 한 편씩 연재를 했었는데, 이제 나이를 먹어 그런건지, 회사 일이 바빠 그런건지 역시 하루 한 편의 글은 무리인 것같고, 일주일 또는 열흘에 한 편 정도로 목표를 수정해야 할 것같다.
오늘 회사에서 임원, 팀장들을 대상으로 AI 관련 강의를 2시간 했다. 강의를 마치고 나가는데, 나이 많은 팀장 중에 한 분이 '나도 이제 그만 둬야 하나보다'하고 한 숨을 쉬시길래, "아직 다들 제대로 사용 못하고 모르기는 마찬가지에요. 하루라도 빨리 배우시면 AI에 지배 당하지 않고, AI를 지배하면서 잘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러고 용기를 드렸다. 인터넷을 계속 알려드려도 자꾸 까먹고 다시 물어보시는 우리 아버지처럼 우리 세대는 이미 AI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보다 제대로 배워야 하는 세대기 때문에 일상으로, 놀이로 AI를 받아들이는 어린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려면 그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하고, 시간을 할애해야 할거다.
산업에 AI를 도입하는 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근로자들의 업무 편의성을 도모해 주고, 생산성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지만,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위협적 요인도 있다. 그래서 혹자는 AI를 배우지 않고, 회사에 도입하는 것조차 최대한 소극적으로 협조하며 버티는 경우도 있다.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려 마지못해 AI를 사용하고, 배우려는 사람이 있는건 당연하고.
필자는 2003년에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20년 전인데, 당시 집에 PC 정도는 다들 구비하고 있었지만, 개인들에게 노트북은 여전히 값비싼 고가품이라 부유한 소수만이 노트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에 입사하고 나니 내가 사용할 PC를 지급해 주었고, 이를 업무 뿐 아니라 개인 용도로도 사용하며 일하는 것 자체로도 재미를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의 한 선배가 필자에게 다가와 "야, 요즘은 진짜 세상 좋아졌어. PC로 보고서도 쓰고, 인터넷으로 다양한 정보도 얻고 이런 세상이 다 있나. 나 때는 말이야 보고서를 쓰기 위해 A4 용지에 자를 대고 연필로 줄을 그어 그 줄에 맞춰 정자로 보고서를 쓰다가 오타가 나면 애써서 쓴 보고서를 다 찢어서 처음부터 쓰고 그랬었어. 글씨 잘써야 해서 펜글씨도 배우고 그랬었는데, 이후에 여직원을 고용해서 타자로 보고서를 쓰다가 이제는 PC로 보고서를 쓰고, 잘못 쓰면 바로바로 수정도 할 수 있고 세상 참 좋아졌어" 라고 했다. 이게 무슨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의 동화속 얘기인가 싶을 정도로 20년 전에도 믿기지 않는 얘기를 추억처럼 했었다.
그 당시 나이 많은 선배들이 보고서는 손으로 써야 제맛이라며 타자기를 못 쓰게 한 사람도 있었고, 타자로 쓴 보고서는 인간미가 없다며 보고를 받는 리더도 손으로 쓴 보고서만 보고를 받는 사람도 있었단다. 온 몸으로 시대의 흐름을 거부한거지. 그러다 시대가 흘러 급격한 속도로 사무용으로 PC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손글씨 쓰시던 분들은 회사를 나가게 되고, 다들 PC에 적응한다고 타자 연습하고, 인터넷 배운다고 학원다니고 난리도 아니었단다.
바야흐로 이제는 AI 시대가 도래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5년까지 AI 도입 및 자동화로 인해 8,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기사는 필자로 하여금 예전 PC 도입기의 손글씨를 고집하던 나이 많은 선배 회사원들, 타자치던 직원들, A4 용지 사들이고, 연필깍고, 볼펜 등 사무용품 사던 서무직원들이 회사에서 사라지던 모습이 떠오른다. 실제 필자가 근무할 당시에도 선배들이 종이에 끄적끄적 연필도 적어서 서무직원에게 건네주면 PPT나 Word로 보고서를 작성해 주기도 했었는데, 결국 그들도 나중에는 PC를 이용해 자기 보고서는 자기 손으로 쓰게 되어 시대의 흐름을 뒤늦게나마 어거지로 수용하게 되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예측과 함께 9,700만 개의 새로운 직무가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놓았는데, 이는 PC가 도입되면 일자리가 없어질거라는 비관적인 예측과 달리 오히려 산업과 경제의 규모는빠르게 확대되고, 이에 따라 고용이 더 늘어난 것을 보면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본다.
오히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내 일자리를 AI에게 빼앗기기 보다는 이를 통해 업무를 효율화 하고, 새로운 비지니스 기회를 창출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자신의 역량을 더 집중해 산업의 규모와 질이 비약적으로 발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최소화 하고, Data 기반의 의사결정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고차원적인 업무와 의사결정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개체가 아니고,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보조자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똑똑한 비서, Agent로 진화할 것으로 생각한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데, 나만 작은 방패로 막고 있다고 그 파도를 완전히 막을 수 없듯이 산업용 AI가 물밀듯 밀려오는 와중에 나만 예전 방식을 고집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내 업무에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버텨봤자 자기의 경쟁력만 떨어뜨릴 뿐이다. 버티다 버티다 결국 뒤늦게 PC를 다루기 위해 늦깍이 수강생으로 컴퓨터 학원에 등록하던 선배처럼 되지 않으려면 없는 시간 쪼개고, 휴식 시간을 할애해서라도 남들보다 한 박자 더 빠르게 AI를 업무에 적용해 보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