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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과 사춘기 사이-1

독립하고 싶으나 불안한 아이들에 대하여

by 고민베어 이소연


상담을 하다 보면 ‘심리적 증상’과 ‘신체 증상’이 분리되지 않는 장면들을 자주 마주한다. 특히 부모와 자녀의 정서가 긴밀히 얽힌 경우, 아이의 몸은 부모의 무의식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내 딸의 아토피 역시 그런 사례였다. 생후 2개월부터 시작된 중증 아토피는 단순한 피부 문제가 아니었다. 밤새 손톱으로 내피를 긁어 피범벅이 되는 아이, 잠들 수 없는 엄마, 아이의 의존성과 불안, 통제로 인한 아이의 양가감정,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삶을 만들어냈다. 아이의 몸은 조금씩 회복되었고, 아이는 혼자서 사회생활을 하는 부분이 넓어졌고, 모든 것이 정리되는 듯 보였다.


시간이 지나, 초등 고학년이 된 아이는 사춘기와 함께 아토피 재발을 겪는다. 이번에는 환경 요인보다 정서적 긴장이 더 명확했다. 아토피는 엄마의 관심이 쏠리면 잠잠해지고, 분산되면 심화되었다. 나는 깨달았다.


유전적 아토피가 심인성으로 바뀌어감을.





의존을 키우지 않으면서 사랑을 안정적으로 주는 방법


한동안 다시 통제와 케어가 반복되었다. 내가 에너지가 넘치는 날엔 충분히 애정과 안심을 전달할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날은 아이의 감정도, 증상도 출렁였다.


“매일 변덕스러운 나의 감정 대신,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전달할 방법은 없을까?”


내 아이에게는, 도시락이 해답이었다.

아이는 집밖에서 먹는 모든 음식에 대해 불안을 안고 먹었다. 이건 먹어도 되는지 안되는지 고민했고 나에게 전화해 물어보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도시락은 아이에게 이런 무언의 메세지를 전달했다.


“이건 먹어도 괜찮아.”
“엄마에게 확인받지 않아도 안전할 거야.”


도시락은 단지 식단이 아니라 정서적 애착의 재구성 수단이었다. 엄마가 '괜찮다'고 안심시켜주는 역할을 했고, 아이는 학교 생활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나도 덜 지치면서 사랑을 전달할 수 있었다.




융의 부모-자녀 심리학


칼 구스타프 융은 『인격은 어떻게 발달하는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이의 정신생활은 부모의 정신생활에 의지한다. 그런 의존은 정상이다.”
“소녀의 부모는 자신의 모든 공포증을 아이에게 투사하면서 딸을 걱정으로 에워쌌다. 그 결과 소녀는 긴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아토피는 단지 유전과 환경, 면역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공포와 불안을 아이가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시스템의 결과였다. '괜찮다', '엄마가 지켜줄게'라고 하는 말 자체에 불안이 내재되어 있었고, 아이는 바닥에 깔린 불안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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