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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가 고장난 꿈을 꾼다면

이 글을 꼭 읽어보길

by 고민베어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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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시작한 후 계속해서 꾼 꿈이 있다.

차를 운전하고 있는데 속도가 계속 올라가고, 나는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애를 쓰는데 다리가 짧아서 아무리 해도 닿지를 않는다. 발을 뻗어 애를 쓴다. 그러다 깬다. 실제로 운전을 할 때도 발이 닿지 않을까하며 브레이크를 한 번 밟아보고 안심한다.

나중에는 꿈 속에서 꿈인 걸 안다. 속도가 오르고 브레이크는 여전히 찾으면서도 또 이러네 한다.


나중에는 옆에서 누군가가 브레이크를 밟아주기도 하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심리학을 공부하며 알게 되었다.

이 악몽은 단순한 스릴이나 공포가 아니라, 나의 신경계가 지속적으로 보내온 신호라는 것을.

브레이크 고장 꿈은 심리학에서 “통제 상실”의 전형적인 상징으로 본다.


감각예민한 사람들(HSP)

신경계 리듬이 출렁이는 사람들(ADHD 기질)

생각이 너무 빠르거나, 반대로 마음은 느린 사람들(INTP 등) 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차분해 보인다”고 했지만 실제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말을 아끼고 눈치를 보고, 눈빛·말투·표정 하나에도 과하게 반응했다.

관찰자 모드처럼 조용히 숨어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항상 모든 가능성을 대비했다.

과도하게 스스로를 통제하고 억압하고, 작은 자극까지도 모두 분석하려고


그런 긴장감이 누적된 시간들은 꿈 안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로 압축되었다.




REM 수면에서는 감정이 살아나고, 통제가 꺼진다

꿈은 무의식의 언어라고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신경계의 재생 방식이다. REM 수면에서는 전전두엽(이성·판단·통제)이 잠시 쉬고 편도체(감정·위협 탐지)가 훨씬 강하게 활성화된다.


그래서 낮 동안 “아무 일 없다”고 덮어둔 감정이 꿈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 감정이 상징으로 뭉쳐져 나타나는 것이다.

누군가는 화장실 문이 없는 꿈을 꾸고, 누군가는 지각하는 꿈을 꾸고, 나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를 반복해서 몰았다.




내 꿈의 브레이크는, 내 신경계의 브레이크였다

나는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이 꿈이 반복되는 건 내가 큰 문제에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신경계가 풀지 못한 긴장을 계속 저장하고 있어서라는 것을.


압박을 참는 데 익숙한 사람들,

조용히 상처를 겪는 사람들,

말하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꿈에서 더 큰 상징을 꾼다.

현실에서는 말을 아끼지만 무의식은 절대 침묵하지 않는다.




감정은 해결되지 않으면 형태를 바꿔 돌아온다


명상과 글쓰기를 꾸준히 하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조금씩 말로 붙잡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감정들이 뇌 안에서 갑자기 '제대로' 느껴지면서 통합되는 순간이 왔다.

마치 회로가 지지직 하고 연결되듯.


그 이후로 이 꿈은 사라졌다.

브레이크를 누르지 못하던 나에게 “멈출 수 있는 감각”이 생긴 것이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록되거나, 몸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나는 감정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회피했고, 상황을 바꾸기 전에 먼저 분석했고, 상처받기 전에 먼저 숨는 사람이었다. 그 전략들은 나를 지켜줬지만 꿈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통제되지 않는 자동차가 나타났던 이유는 현실에서 내가 통제하려 했던 감정들이 누적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당신도 이 꿈을 꾸고 있는가?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 꿈.

끝없이 뛰어내리는 계단 꿈.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꿈.

화장실 문이 없는 꿈.

내려앉을 것 같은 건물 꿈.


이런 꿈들은 모두 하나의 주제를 말한다.


“당신의 신경계가 지금 부담을 견디고 있다.”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잘 견디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다만 “조금 멈출 때가 되었다”는 내부 신호일 뿐이다.

꿈은 미래를 예언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를 가장 솔직한 방식으로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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