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으로 아름다운 도시
에든버러에서 첫날 길을 나서던 그 순간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더블린 - 에든버러는 가깝기도 하고 동생이 에든버러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큰 기대 없이 루트에 넣은 곳인데 여러 도시를 다녀봤어도 여기처럼 독특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도시는 만나본 적이 없다.
오래된 벽돌사이로 빗물이 남겨둔 흔적이 그대로 있는 건물 외벽이나, 매일 흐린 날씨에 맞게 한껏 톤다운 된 도시의 색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압도적이었다. 더블린이 안개와 비에 젖어있는 도시 같았다면 에든버러는 그냥 그 자체가 안개이고 비 같은 느낌이었다.
스코티시하면 생각나는 체크무늬가 기가 막히게 도시와 어울렸다.
백파이브를 부는 사람들은 유명 관광지에서는 한 블록 건너 한 사람씩 서있었는데 뻔한 관광 상품인 것을 알면서도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떻게 보면 우중충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행으로 온 이방인의 눈에는 그 무엇 하나 신선하지 않은 게 없었다. 여행을 하면서 어떤 도시 자체에서 이렇게까지나 충격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한 곳은 거의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나는 비 오는 날씨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딱 하나다. 출퇴근하는데 번잡하니까. 가방에 우산에 노는 손 하나 없는 것도 싫고, 버스나 전철 안에서 내 종아리를 스치는 다른 사람의 우산도 싫다. 특히 외부 회의라도 있는 날에는 진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싶어진다.
근데 일상을 빼고 나니 비와 흐린 날씨라서 느낄 수 있는 신기한 감각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이렇게 갑자기 색을 가득한 미술관에 들어서면 평소에 보던 색보다 왠지 모르게 더 강하고 따뜻해 보인다.
에든버러의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은 위치도 시내 중심에 있어 위치도 좋은 데다가 무엇보다 전시가 매우 좋았다. 특히 스코틀랜드관으로 이름 붙여진 1층 전시가 상당히 재미있었다. 미술을 전혀 모르지만 화려하고 저마다 화풍도 달라 보는 즐거움이 매우 컸다.
https://maps.app.goo.gl/tKxadbfyak4hcxJFA
무엇보다 이렇게 미술관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와서 딱히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잠깐 앉아 쉬어가거나 굿즈샵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도시라 중간에 몸을 좀 녹이고 쉬어가기에도 괜찮다. (물론 화장실도) 지금 생각해도 여긴 정말 다시 가고 싶다.
걷다 보니 에든버러 성 앞에 도착!
에든버러 성은 시내 중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사실 시내 어디에 있어도 잘 보이는 편이다. 우리는 성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고 밖에서 주변을 돌아보고 전망을 내려다보았다.
에든버러는 문학의 도시로 유명하기도 한데, 과연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도시 건물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나 매일 비와 흐린 날씨로 가득하다 보니 어딘가 넓은 창문이 있는 집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작품 하나 뚝딱 나올 것 같은 그런 분위기랄까.
또 하나 의외의 장소였던 것은 시내의 스타벅스 2층이었다.
이곳 창가 자리에서 에든버러 성이 보이는데 전체적으로 보이는 풍경이 매우 예쁘다. Princess st. 에 위치한 스타벅스를 찾아가면 된다.
https://maps.app.goo.gl/SoRePMt1X92VCgCz8
#에든버러 #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