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성장의 전략. 어려운 미션을 통한 조직 변화에 도전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규정하고 고정해 놓는다면 우리의 무의식은 가두어진 것 안에서 생각하고 말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가두어진 것 안에서는 아무리 발전해도 한계가 있다. 그야말로 찻잔 속의 태풍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부수고 또 부수어야 한다. 이미 결론을 내린 사항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변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만들고 부수고 만들고 부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마침내 일반적인 한계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관점을 디자인하라, 박용후 저>
고정된 생각을 깬다는 것은 어렵다. 시간과 경험이 쌓아 올린 벽돌 같은 생각이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힘겨움을 느낀다. 확고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을 때는 절대로 그 신념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원칙과 철학을 운운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고정관념은 오히려 단단한 게 아니라, 익숙해진 길에 길들여졌을 뿐이다.
어느 베이커리를 가도 케이크는 다 예쁘기만 하다. '케이크는 예뻐야 케이크다'라는 고정관념이 모든 회사와 셰프들의 생각인 듯, 대부분의 케이크는 화려하고 예쁘게 만들어진다.
세상에는 다양함이 존재하는데, 왜 케이크는 예쁜 것만 존재할까?
다양함이 공존하는 케이크의 세상을 열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되면 그런 실험적 시도를 해 보고 싶다는 욕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6년 전에 근무했던 곳에서 셰프들에게 이런 미션을 전달했지만 기존 업무의 과중함과 시도의 어려움으로 실행하지 못했다. 그 욕망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다시 지금의 회사 직원들에게 미션을 부여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못난 케이크를 만들어 보았으면 합니다. '이게 케이크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못났으면 합니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를 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 이름을 '못난이 케이크'로 명명했으면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셰프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입니다. 당신들의 자부심인 예쁜 케이크가 아닌, 오히려 못난 케이크를 만들어 보세요. 그 속에서 셰프들이 생각해 왔던 관념들을 전부 깨부쉈으면 합니다."
셰프들은 난감해했다. 도대체 어떻게 못난 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까. 몇 번이나 팀장이 찾아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고정된 틀로 만들어진 케이크는 맛 내기도 쉽고, 예쁜 케이크는 늘 해 왔던 것이기에 수월합니다. 하지만 못난이 케이크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몇 번이나 내 사무실로 와서 한숨을 쉬며 걱정했다. 해 보겠지만 너무 난감한 숙제라고 했다.
한 달이 지나도록 고민 속에 빠져 있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봤다. 도대체 못난이 케이크는 맛도 있고 못나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셰프들은 고심했다.
기존하던 일들을 하면서도 못난이 케이크에 대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고민했다. 귀찮았을 것이다. 바쁜데 이런 것까지 고민해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들렸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케이크, 누구도 생각해 보지 않은 케이크. 이런 케이크를 창조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미션이다 보니 해야 하긴 하는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난감했다.
수많은 예쁜 케이크들을 보며 예쁜 케이크만을 만들어 온 셰프들이었다. 그 생각을 놓아야 이루어질 수 있는 미션이었다. 생각을 해 보고 또 해 봐도 그런 생각들이 놓아지지 않았다.
진짜 잠이 잘 안 왔다고 했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케이크의 고정관념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서 맴돌았다고 한다.
"누가 봐도 '저게 케이크야? 이상한 케이크네'라고 할 정도로 못날수록 더 의미가 있어요. 그걸 만들면 예쁜 케이크보다 가치는 더 있다고 봅니다. 이 세상에서 못난이 케이크를 처음 만든 파티시에가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 못난이 케이크는 만들 때마다 달라지기에, 이 세상에 단 한 번뿐인 케익이니까요."
조리팀장은 말했다.
"못났다는 게 색감으로 할지, 모양으로 할지 고민도 되지만, 그것을 구현하려면 모든 기존 관념을 깨야 하는데 파티시에들이 너무 힘들어합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해 봐야 하는데... 고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맛을 균일하게 내야 하는데 난감합니다. 6년 전에 생각하셨는데, 그때 분들이 못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미션이니 해 보겠습니다."
기존의 생각들을 깨기는 어렵다. 이미 시간과 경험이 만들어 놓은 자신만의 성을 무너뜨린다는 게 버겁기까지 하다. 정말 이렇게 하는 게 의미가 있을지도 고민된다. 바쁜데 하던 대로 하지,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생겨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뇌를 흔들어 놓았다.
한 달이 지나 못난이 케이크를 시범적으로 만들어 보았다고 나에게 시간을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없습니다. 진짜 이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해 볼 때까지 해 보았습니다. 저희가 보기에는 못났다고 생각이 드는데 어떨지 궁금합니다. 원하시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자꾸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걸 만들었던 셰프들은 다 모이라고 해 주세요. 같이 케이크를 보며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한 달 동안 고심했던 셰프들이 모였고 몇 개의 케이크를 보여줬다.
내 첫 느낌은 '아직도 너무 예쁘게 만들려고 했다'라는 생각이었다. 다른 직원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반응이 무척 좋았다. 예쁜 케이크와 못난이 케이크가 비교되면서 예쁜 케이크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이 세상에 하나뿐인 못난이 케이크가 두각을 나타냈다.
늘 보던 예쁜 케이크는 직원들 시선에서 사라지고 못난이 케이크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찬사가 쏟아졌다.
케이크를 만든 직원들에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물어봤다.
"정형화되지 않은 케이크를 만든다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많은 시간 고민해 보았고, 제 자신의 틀을 깨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답이 없을 때는 답답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바쁜 와중에 시도한다는 게 힘들기도 했는데, 이렇게 직원들이 좋게 반응해 주니 힘이 납니다."
완전히 파티시에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이다.
꼭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다.
"못난이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제 마음에는 더 못났으면 합니다. 그래도 직원들이 셰프들의 노고가 담긴 케이크에 환호하니 좋네요.
이걸 요청드린 것은 다른 의미가 아니라, 이 세상에는 다양함이 존재하는데 꼭 케이크는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그 고정관념이라는 게 여기 계신 셰프들의 생각을 허물고 새로운 것들을 도전해 보라는 의미였습니다.
매번 똑같은 일상이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도전, 시도, 그리고 새로움에 대한 희열을 느끼는 시간이었으면 했습니다. 이 과정은 누구의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자리를 만들어 주었던 셰프들 각자의 포트폴리오입니다.
어디 가셔도 이 세상에서 못난이 케이크 1호를 만든 사람이라고 큰소리쳐도 됩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아쉽네요. 주변분들이 '이게 케이크야?'라는 말이 안 나와서... 너무 고생했고, 이 기회를 통해서 새로운 파생 제품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너무 고생했어요."
직원들이 못난이 케이크를 시식해 보면서 맛도 좋다며 좋은 반응을 전달했다.
고난을 통해 잃어버렸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도 수신의 힘이다. 사람들은 평온한 일상에 안주하며 자신이 가졌던 꿈과 이상을 잊고 산다. 큰 성공을 구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성공에 미혹되고 취해서 자신의 본모습을 잃어버린다. 어린 시절부터 지녔던 꿈, 하고 싶었던 일. 내가 설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가 나를 이루는 정체성이 된다. 일상은 비범하지 않은 경험들을 반복해서 살아내는 삶의 과정이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날들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은 욕심과 미혹에 빠지게 되고, 이윽고 나를 잊어버린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저>
이 과정을 겪었던 셰프들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참석했던 직원들이 자신만의 틀을 깨고 유연함을 유지하며 새로움을 받아들이면 좋겠다. 늘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 보고, 다양함을 존중하며 포용하는 힘을 키웠으면 한다.
고정관념에 빠져 있으면 배울 수도, 새로워질 수도 없다. 불편해질수록 배운다. 편안하면 배울 이유가 사라진다. 우리는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없던 것을 생각하는 시간은 고단하다. 귀찮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없이 어찌 발전이 있고 성장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안 하는 게 후회가 되지, 해 보면 그 과정 속에 배울 것이 생긴다.
배움은 도전과 시도에서 얻어진다.
못난이 케이크가 준 교훈은 케이크를 준비한 직원의 말에서 나온다.
"모든 생각들을 무너뜨리고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면서 뜨거워졌습니다. 힘들지만 내 속에 고정되어 있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진짜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수많은 케이크를 만들어 왔는데, 이런 도전은 처음이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걸로 충분하다. 셰프들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꿔가는 계기가 되었다면, 판매보다 더 큰 수확을 얻은 것이다.
오늘 하루가 너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