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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내강, AI시대 인간적 교류관

벌써 5월 시작 = 4월 회고 #하고싶은말

by 소네



”쫑알쫑알.. “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질문의 답변보다

(부모에게) 외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다. 소통의 부재가 여기에서.


그에게 듣고 싶은 답들이 정해져 있는데,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으며, 무얼 배웠고 가장 즐겁고 힘들었는지 등등) 그에 반면 아이는 “엄마,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어? 어땠어”라는 질문을 절대 꺼내지 않는다.


복기해 보면 나도 부모님께 그런 질문을

먼저 꺼내본 적은 많이 없었음에도.


내 안부를 매일 전하는 게 부모님의 염려를 떨친다고 생각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꾸러미가 많은 줄 모르고. 통화가 끝날 무렵, “오늘 뭐 하시냐, 어떻게 보냈냐 “며 듣는 귀를 찬찬히 열뿐.


관계의 지속엔 서로 듣고 싶은 말을 이어가는데..

유독 부모, 자식 관계는 그 선을 지키기가 가장 어려운 거 같다.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타인과의 관계는 더 더 더욱이.




긴 연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오늘. 5월의 연휴 기간에 인상 깊은 순간들을 정리했다. 와닿았던 키워드는 외유내강… 이와 별개로 떠오른 ‘거울’이었다.


처음 sns를 시작하며 올렸던 피드는 단순히 아카이빙 목적이 컸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통하지 않은…

책을 읽고 모닝페이지를 남기거나.. 필사하며 찍은

흔하디 흔한 인증의 컷들. 그 피드들이 모여 나의 관심사를 대변해 줬다. 어느 순간 책에 집중한 컷들에 벗어나 내 일상과 취향이 담긴 후기를 쓰기 시작했다.


1인칭 관점에서 시작한 계정이기에 (객관적인 정보를 전하는) 관찰자의 시점으로 넘어가기까지 과도기가 꼭 필요했다. 뉴스레터 또한 비슷했다. 그 경로가.


내가 올린 스토리와 피드를 평가받기 위해 업데이트한 적은 없었다. 내가 보고 느낀 정보의 교집합을 배열하기 위해 도구로 이용하는 계정이었다. 이 계정은 1차적으로 나를 위한 계정이고,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는 걸 넘어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계정이다.


그렇기에.. 이제껏 내 이야기가 시답잖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 기록을 하는 나는 매일을 쓰는 사람이자, 24시간 중 일부를 할애한 만큼 진지한 기록이었다. 모바일로 쓰다가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로 여러 번 날아간 적도 있었고. 쓰다 지우다 임시저장에 남긴 피드들도 많았다.


그토록 애정 있게 내 이야기를 기록하는 걸 (내 시간을 내어) 즐겼고, 그 기록들이 쌓여 내 삶이 더 풍요롭게 느껴졌다. 기록한 자만이 이 순간을 더 충실히 기억하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나의 본모습‘을 비춰준.. 거울같이 느껴졌던 오늘 얘기 나눈 분과. 참 신기하게도 대화를 나눌수록 나의 강점이 직시되었다. 나를 과시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내 결을 아는 사람. 서로 닮아있는데

미묘하게 서로의 다른 모습을 안다. 그 옆에 서면

좋은 사람이 되는 거 같다. 외유내강이 느껴졌다.


그 단단한 알맹이를 겉에선 유추할 수 없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면 그는 시간에 따라 다르지 않다. 한결같다. 환경에 따라 말이 바뀌는 태도가 아닌 일관성이 있다. 주체적이다. 그래서 더 신뢰하게 되고 관계의 깊이가 더 깊어진다.



분명 이 세계에 내가 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해 20-30대 누구보다도 넓고

높은 세계에서 경험치를 많이 쌓았다고 생각했으나… 부모가 된 지금, 가장 미숙하고 경험치가 참 낮음을 매일 인정한다.


그토록 앞으로의 할 일이 많은데. <폭싹 속았수다> 떠오르게 한 드라마 촬영지의 풍경에서.

잠시 나를 내려놓았다.


오랜 기간 동안 내 계정을 팔로우한 분들은 느꼈을 것이다. 분명 올해 1-3월에 기록한 나의 피드 글들의 성격과.. 다분히 다른 4월의 기록들. 그 기록의 주제는 내 일상과 밀접한 콘텐츠들이었다.


책, 필사, 커뮤니티 인증을 내려놓고 좋은 감정과 생각을 주었던 잠시 머문 공간과 전시 리뷰들. 자연.. 그 머문 시간동은 잠시라도 내게 그간 애쓴 마음이 치유할 수 있길.. 간직하며 다른 시야로 세상의 이로움을 보는

시선을 놓치지 말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AI 기능을 알고 배워야 하는 시대라도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는 로봇이, AI가 될 수 없다.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기에. 요즘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전시벽에 아이가 끄적인. 전시 맥락과 닿은 ‘화이팅‘이였다.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서야 할 우리의 몫. 지키며 화이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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