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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지 Sep 28. 2024

나의 작은 아빠 그림책처럼 행복했으면

한 달 만에 본 아빠는 빠르게 작아져 크게 놀랐다. 

많이 여위었고 혼자서는 잘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한 달 사이에 아빠는 엄마에게 시원한 물을 전해주러 집을 나섰다가 휘청거리다 넘어졌고

얼굴에 상처와 임플란트가 빠지는 사고가 있었다.

그 전달에는 매일 다니던 냇물의 징검다리에서 넘어져 무릎에 심한 상처가 났다.

매일같이 다니던 길에서 힘없이 넘어지고 허리는 점점 폴더처럼 굽었다.  

   

아빠의 병명은 파킨슨이다. 

아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손발이 떨리고 혀가 움직였으며 목도 떨렸다.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 마을회관에도 나가지 않았다.

엄마와 아주 가까운 친척 그리고 자식들 외에는 보이고 싶지 않아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환영과 환청으로 엄마를 힘들게 하는 시간도 있다.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는 건 도파민제의 함량을 높이는 방법뿐이다. 

    

5월에 모내기를 할 때만 해도 아빠는 굽은 허리로 건강했을 때의 맘으로 논에 나와 목소리를 냈다. 8월에도 아빠는 굽은 허리로 하루 한 시간쯤 산책을 할 수 있었다. 9월 두세 번의 사고로 아빠는 겁이 많아졌다. 

엄마도 아빠를 더욱 보호하게 되었다.

이제 아빠는 아기처럼 잠자는 시간이 많다.

식사 후 걷는 시간도 줄어들어 오늘 본 아빠의 모습은 한 달 전과 확연히 달라서 할 말을 잃었다. 

식사량도 많이 줄어 야위어 거실에서 보조 장비를 밀 힘도 부족해 서있는 것도 힘들어했다. 

몸의 근육이 이렇게도 빨리 빠질 수가 있을까. 

파킨슨질환은 점점 몸의 근육을 굳게 해서 얼굴도 가면처럼 만들어버리는 아주 무서운 질환이다. 10년 전 할머니가 같은 병으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 지켜봤기에 아빠는 겁이 더 날 거다.  

    

[나의 작은 아빠]라는 다비드칼리의 그림책에서는 점점 작아져 아기처럼 변해버린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기억을 못 하지만 아들이 오는 것을 좋아하는 아빠.

아빠에게 이야기를 읽어주고 게임을 하고 숫자 계산도 가르쳐준다.

늘 기분이 좋은 아빠

마치 모든 게 처음인양 행복하게 아들의 어깨에 올라타 세상을 둘러본다.  

   

치매 중에서 몸은 건강하지만 정신은 아기처럼 기억이 없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런 경우가 아닌가 한다. 

현실에서는 참으로 힘든 시간이다.

파킨슨질환의 경우 치매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빠의 경우 2년 전부터 초기 치매도 진단받았다. 몸은 근육이 빠져가고 정신도 아빠 맘대로 조절이 안 된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환영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아직은 아빠의 대소변처리를 혼자 힘으로 하고 싶지만 가끔의 실수로 자존감도 낮아졌고 기저귀를 거부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오늘 아빠를 보고 맘이 많이 무겁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는 질환이 밉다.

다음번에는 또 얼마나 작아져있을까

할머니에 이어 아빠까지 돌본 엄마는 얼마나 힘이 들고 무서울까

서서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모습에 화도 나고 슬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식들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그림책처럼 늘 기분이 좋은 아빠를 언제 보았을까

우리를 보면 아기처럼 눈물을 먼저 보인다.

헤어질 시간이 되면 또 눈물을 보인다.

하루의 대부분을 잠을 자는 아빠

몸의 근육이 점점 빠지면 이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서 지내야 하는 아빠     

현생의 삶이 바쁘고 멀어서 자주 못 찾아보는 게 야속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 보는 사이에는 근심도 조금은 덜어진다. 

매일이 연속인 엄마는 얼마나 힘들지 헤아려지지도 않는다.     

그림책처럼 늘 기쁘고 행복한 부모님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잘 견뎌주고 있어 자식으로서 정말 감사하다.

조금 더 자주 찾아뵙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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