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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na Aug 07. 2020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쇼팽 녹턴 전집.

음악이야기.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음악이 집안을 채운다.

요즘은 특히 2019년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쇼팽  녹턴 전곡집에 푹 빠져있는데 듣다 보면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맑고 순수한 연주에 오만 걱정이 싹 다 사라지게 된다.



피아노를 배울 때, 녹턴을 꼭 치고 싶어 했던 기억이 있다. 학원 한켠에서 누군가가 치고 있는 녹턴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반해버렸었다. 작곡가가 누구인지, 얼마나 어려운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녹턴이라는 단어가 생소해 선생님에게 녹턴이 뭐예요?라고 물었었다. 야상곡이야. 라던 답변.

야상곡이라고 조용히 따라 하며 녹턴이 왜 야상곡이 되고 그 야상곡은 또 대체 뭐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녹턴, 야상곡. 이 두 단어를 쉴 새 없이 읊조리며 언젠가는 꼭 치고 말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간이 흘러 야상곡을 향한 반함과 다짐이 흐릿해질 즈음 나는 야상곡을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내 마음을 홀딱 뺏었던 곡이 쇼팽의 녹턴 No.2 in E-Flat Major, Op.9 No.2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 이 곡의 악보를 마주하고 얼마나 감격스러워했었는지!! 한 음 한 음. 한 프레이즈, 프레이즈를 그 어떤 곡 보다도 정성스레 연습하고 또 연습했었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이 녹턴을 쳐댔다. 이 곡을 배우며 알게 된 야상곡, 녹턴의 뜻도 사춘기 소녀를 흡족하게 했는데- 밤에서 영감을 받은, 밤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이라니!!! 멋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이 곡을 쳤었는지 피아노 학원에 이 곡이 울려 퍼질 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으레 내가 치고 있구나 생각할 정도였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나는 온갖 폼이란 폼은 다 잡아대며 허세 가득하게 녹턴을 연주했으리라! 어우, 생각만 해도 꼴 보기 싫어라. ㅋㅋ


어쨌든 녹턴을 향한 내 사랑은 꽤 오래갔고, 그 후 녹턴이 이 곡 하나만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시 한번 다양한 녹턴에 푹 빠지게 되었다. 아름다운 선율과 감정선 풍부한 녹턴 곡들을 탐닉하며 내 사춘기 시절이 지나갔다.


한참 잊고 지내던 녹턴을 다시 찾아 듣게 된 것은 길어지는 코로나로 내 마음이 자꾸만 우울해져서-

누군가 날 위로해 주고 다독여주면 좋겠는데 마음이 모나기 시작하자, 그 누구의 위로도 또 따뜻함도 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삶이 그리고, 이 앨범이 이때 왜 떠올랐을까? 쇼팽 녹턴 전집을 발매했단 기사와 함께 내 플레이리스트에 항상 저장되어 있었지만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나의 우울함이 최고조에 달했던 밤 문득 찾아든 생각에 튼 이 앨범이 날 엄청나게 위로했고, 날 다독여줬다.

담담한 듯, 속삭이듯- 말을 걸어주고 감미롭고 부드럽게 내 마음을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날 대신해 울어주는 것 같기도 해서 몇 날 며칠을 낮이고 밤이고 백건우씨의 연주에, 녹턴에 심취해 지냈다. 한 번 뵙지도 못 한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세상 가장 친한 친구인 듯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녹턴과 함께 코로나가 불러온 극심한 우울함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혹시 우울함에 위로가 필요하고, 누군가 날 대신해 울어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면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2019년 도이치 그라모폰 쇼팽 녹턴 전집을 추천한다. 다 듣기 어렵다면, 4번 트랙. 모두에게 익숙한 Op.9 No.2를 들어보길!! :)




- 내 겉 멋 가득한 녹턴과는 달리 백건우씨의 녹턴은 참 담백하다. (누구와 감히 비교를!!! ㅋ) 멋을 부리지 않았는데 깊고, 멋있다. 정말 찐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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