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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Nov 04. 2024

너의 세상속에서



내치는 파도는 포말을 일으키다 이내 사라진다. 나를 끌어당긴 바닷속은 무수한 감정의 파편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네가 잡은 손은 구원의 탄자 같았다. 이끄는 손길이 힘차다. 우린 함께일 거야. 너의 세상 속에서. 첨벙-.


“너는 왜 나를 이곳에 데려온 거야?”

“이곳이 내 세상이니까.”


그 세상은 찰나의 빛이 반짝였으며 사라질까 애가 타고 갑갑했다. 온통 너를 담은 모든 것이. 너는 나를 끌어당기며 나의 목덜미에 상처를 냈다. 사랑하는 동안에 상처가 욱신거렸다.


“조금 쓰라릴 거야. 이제 편하게 숨을 내뱉어.”


손을 뻗고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이자 곡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힘껏 헤엄을 쳤다. 너의 뒤를 따라가는 건 커다랗고 긴긴 호흡이 필요했다. 처음 그 손을 잡았을 땐 구원자였으며 나를 이끌었을 땐 별이 반짝였다. 흡사 너는 그러하였으니.


“너에게 닿게 해줘.”

“나를 따라와.”


일정 거리를 지키는 것이 너에겐 일상적 통념이었고 나는 아이러니한 감정들이 휩싸였다. 너의 세상에 들어오면 그 품을 꼭 쥘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나를 담은 그 눈동자를 마주하고 소유하고 싶어. 그 안에 꽁꽁 감춘 너의 쓸쓸함까지.


“너에게 닿고 싶어.”

“기다려. 닿을 수 있는 때가 올 거야.”

“너의 옆에 있게 해줘.”

“하지만 쉽지 않아.”

“안고 싶어. 너의 모든 것을.”

“···.”


어렵사리 너의 팔꿈치에 손을 뻗어 움켜쥐려 했을 때 팔을 뻗어 멀어진 게 한 건 너의 희미한 미소였다. 너는 내내 뒷모습을 보였고 힘껏 헤엄치며 시선 끝에 너를 바라보았다.


“너의 세상 속에 함몰된 나를 구원해줘.”


답이 없었다. 실의에 빠져 깊은 호흡 끝에 불온한 숨 담아 내뱉었다. 공허한 슬픔을 담아 한참을 내뿜었다. 너는 손을 뻗어 내가 뱉은 기포를 옆으로 밀어내며 나의 손을 잡았다.


“손잡을래?”


너는 나를 잡아 이끌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내내 뿌연 희망들이 나를 괴롭혔다.


“사랑해.”

“왜 나를 사랑하는 거야?”

“이끄는 손길이 힘차니까. 쓸쓸함을 안아주고 싶어.”

“좋아해. 나는 사랑의 감정을 알지 못해.”


기다림의 끝은 뿌옇다. 아득한 시야가 차오르다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육지로 나아가려 애를 썼다. 팔과 다리가 어지러울 만큼이나 움직였다. 허공에 손을 뻗어 어렵사리 대기 중에 닿았을 때 목 끝에 호흡이 턱 막혔다. 겨우 들이마신 숨은 두 눈을 찡그리게 했다. 너의 세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숨차. 숨 쉬고 싶어.”


너의 곁에서. 너는 신음하는 나의 어깨와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너에게로. 너의 세계로.


“미안해.”

“너의 세상 속에 있게 해줘.”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던 너는 나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머릿속을 괴롭히는 현기증으로 동공은 뿌옇게 그림자가 생겼다. 피어오르는 감정의 편린들이 흩날렸다. 나는 팔을 둘러 너와 밀착했다. 목덜미가 내내 욱신거린다.


“사랑을 해볼게.”

“어떻게 하는지 알아?”

“아니.”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는 어때?”

“따뜻할 거야. 좋아하니까.”


나를 바라볼 땐 따뜻한 그 눈동자 속은 이따금 복잡하고 공허해. 불안정하기도 하고. 곁을 지키고 싶어. 그 품을 온통 갖고 싶어.


“언젠가 나를 떠날 거야?”

“우린 이미 멀어졌어. 다시 재회했고.”

“떠나지 않을게. 떠나지 말아줘.”

“그땐 나를 따라와줘. 있는 힘껏.”


너는 나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상처가 쓰리다. 너의 세상 속에 함몰되어 크고 작은 기포들을 내뿜는다. 부유하는 감정의 편린들이 흩어진다.


첨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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