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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롱박 Jul 08. 2021

기괴한 모습으로


기괴한 모습으로 


아버지에게 닿으려다 

조각나버린 자매들은 

파괴된 모습으로 기괴하게 엉겨 붙어 

엉금엉금 기어갔다. 

몇은 도달하고 몇은 다시 흩어지며 

길은 새로 놓이고 

역사는 계속 이어지듯


스며든 저주의 냄새를 견디지 못한 몇은 

수십수백 번 자신의 몸을 닦아 내다 

뭉그러진 살결을 한 채로 

저주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 모습은 거대하고 단단했으나 

한 발 뗄 때마다 

남겨지는 지독한 악취는 

아버지의 자리로 가는 길을 

가리킬 뿐이다. 


엉겨 붙은 자매들은 기어간다. 

속도 라고 할 것도 없이 느리게 

최선의 소란을 부리며. 

큰 길을 지워내고 악취를 정화하며.


존재한다는 강렬한 기억은 

우리끼리만 나누어도 든든할 것이다. 


하나가 붙고 하나가 된다. 기괴하다. 

또 하나가 붙고 하나가 된다. 기괴하다. 

언제든 내일 늦게 오더라도 

하나가 붙고 하나가 된다. 

기괴할 것이다. 


기괴한 꼴로 걸어간다. 자매들. 

가뿐하게 끔찍하게 선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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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8일 화가 많이 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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