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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아리 Jan 02. 2023

여전히 예뻐서_3


 S#13. 병원 앞(오후)


이마에 반창고 붙인 유민의 손을 잡고 병원 문 나서는 정순.

   

정순/  

에구. 우리 강아지, 요 계란흰자 같은 얼굴에 흉이라도 지면 어떡해.     


명수가 뛰어와 정순의 손가방을 건넨다.     


정순/  

내 정신 좀 봐. 미안해서 어떡해. 바쁠 텐데..


명수/  

누님도 많이 놀라셨죠? 손자는 어때요?


정순/  

흉터가 좀 남을지도 모른대.


명수/  

(유민 보며) 요 녀석. 그래도 씩씩하네! 할머니 닮아서 얼굴도 훤칠하고.

그나저나 누님은 그대로시네요. 세월이 누님만 비껴갔나 봐요


정순/  

아유, 무슨..


명수/  

당장 이쪽일 하셔도 되겠어요.

조만간 차 한 잔 해요. 다시 가봐야 해서.


정순/  

그래, 어서 가. 나중에 봐.     


한참 동안 명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순. 정순을 올려다보는 유민.     


유민/  

할머니. 초록불.


정순/  

어, 가자!


유민 손을 잡고 걸어가는 정순 뒷모습,

모델처럼 엉덩이를 씰룩대며 워킹해 횡단보도를 건넌다.     

 

S#14. 재정의 집, 거실(밤)


거실에서 장난감 가지고 노는 유민.

멍하니 딴생각에 잠겨 있던 정순은 문득 생각난 듯.      


정순/  

유민아, 엄마 아빠한테는..


유민/  

유치원에서 놀다가 다친 거!


정순/  

어이구~ 요 똑똑한 것.      


현관 열리는 소리 들리고 재정과 혜경이 급하게 들어온다.     


재정/  

유민아. 많이 아팠지?


혜경/  

어떡해.. 어머님, 꿰매란 소린 안 해요?


유민/  

엄마, 나 많이 안 울었어. 감독님이 씩씩하다고 사탕도 줬어.


재정/  

감독님?


정순/  

요새 유민이가 선생님을 자꾸 감독님이라고..


재정/

애가 이만큼 다칠 동안 선생은 뭘 한 거야.

여보, 유민이 담임 전화번호 좀 줘봐.  


정순/  

아이고! 애들이 놀다 보면 다치고 다 그러는 거지. 너무 그러지 마.


혜경/  

아니에요 어머님, 이런 건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해요.

애가 다쳤는데 전화 한 통도 없고 너무한 거 아니에요?


정순/  

니들은 일하느라 전화 잘 못 받으니까. 선생님도 놀래서 정신없었을 텐데.     


유민을 이리저리 살피는 재정과 혜경.

한 발짝 뒤에서 세 사람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정순.     


S#15. 재정의 집, 정순 방(밤)


엎드려서 잡지를 보고 있는 정순.

노크 소리 들리고 급하게 잡지를 숨기고 앉는다.     


정순/  

(매무새 다듬으며) 들어와.     


경직된 얼굴로 들어와 앉는 재정과 혜경.     


정순/  

무...슨 일이야?


혜경/  

저, 어머님...


재정/

내가 할게. 엄마!


정순/

어, 말해.


재정/  

유민이 보는 문제, 다시 생각해주시면 안 돼요?


정순/  

왜, 도우미가 안 구해져?  


재정/  

그게, 생각해 봤는데..


혜경/  

유민이 돌보면서 집안일까지 하는 거 정말 힘든 일인데 제가 미처 생각을 못해서 죄송해요.

일주일에 두 번씩 가사도우미 불러드릴게요.

청소나 밑반찬 같은 건 가사도우미한테 맡기면 시간이 좀 나실 것 같은데..

저희, 어머님 없으면 안 돼요.


재정/  

맞아요. 오늘처럼 유민이 또 다치기라도 해 봐요.

마 아니면 누가 유민이 챙겨요.

오늘도 엄마가 계셨으니 망정이죠.


정순/  

너희들 마음 모르는 건 아닌데..

나도 내 인생을 즐겨야지 언제까지 손자 뒷바라지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


혜경/  

그럼 저희는 어떡해요 어머님.


재정/  

엄마, 인생 더 즐길게 남았어요?


혜경/  

(재정 허벅지 찌르며) 여보..

어머님, 다음에 또 이야기해요. 쉬세요.     


재정 부부가 나가고 정순은 아무 일 없듯 패션 잡지를 꺼내 읽는다.      

 

S#15. 재정의 아파트, 정자(낮)


건강 음료 빨대로 마시며 정자에 나란히 앉은 정순, 미자     


정순/  

애 보는 거 관두면 시골 간다고?


미자/  

홀아비 하나 구제해야지. 너무 오래 떨어져 살았어.

언니는 실버 모델? 그거 한다고 했지?


정순/  

누가 들으면 그냥 시켜주는 줄 알겠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다. 이거지..


미자/  

대단해. 정말.


정순/

맞다! 지금 몇 시지? 홈쇼핑!


휴대전화로 홈쇼핑 채널 보는 정순. 화면에 정순과 미자의 모습이 나온다.     


정순/  

나온다!


미자/  

어머 언니 좀 봐. 난 얼마 나오지도 않네.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 두 사람.     


미자/  

그런데, 그 남자랑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 되게 친해 보이던데..


정순/  

누구..? 아! 명수!


미자/  

맞아, 그 잘생긴 남자.


정순/  

고향 동생이야. 누나 누나 하면서 잘 따랐던.

동문회 나갔다가 만났는데 방송 쪽으로 발이 넓어서 소개해 준거야.


미자/  

(의미심장한 표정) 아..     


S#16. 재정의 처갓집, 거실(낮)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재정가족과 장인 장모. 도우미가 차와 과일 내온다.     


장인/  

이번 선거 공천은 거의 된다고 보고 있어. 그러니까 다들 책잡힐 행동은 하지 말고. 힘 모아 보자고.


장모/  

한평생 사업 하면서 기부며 봉사며 얼마나 많이 하셨어요. 정치도 해보셔야지. 안 그런가 박서방?


재정/  

그럼요, 국회의원은 아버님 같은 분이 하셔야죠.


혜경/  

우리 엄마 조만간 차 바꾸시겠네.


장인/  

(리모컨 들며) 차만 바꾸게?      


장인이 리모컨 버튼 누르자 홈쇼핑 채널에서

엉덩이를 이리 씰룩 저리 씰룩 대는 정순 등장.

가족들은 놀라서 한동안 말이 없다.


유민/  

(왜 못 알아보냐는 듯) 우리 할머니! 완전 멋지지?


장모/  

아니, 사부인이 저길 왜..   


장인/  

(시선 돌리며 헛기침)  


혜경/

여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유민/  

할머니 남자친구가 그러는데 우리 할머니가 최고래!     


가족 모두의 시선은 재정에게 향하고 재정은 난감한 표정.     

 

-4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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