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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아리 Jan 02. 2023

여전히 예뻐서_4


S#17. 재정의 아파트, 정자(오후)     


홈쇼핑 방송 화면에 “매진” 글씨가 뜨고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정순, 미자.     


정순/  

오예! 매진이다!     


정자 앞 주차장에 차 한 대 들어오고, 내리는 재정가족.     


유민/  

할머니~


정순/  

왔어? 저녁까지 먹고 온다더니.. (미자에게) 나 먼저 들어갈게.      


재정은 미자에게 말없이 목례하고 돌아선다.     


미자/  

어째 분위기가 쎄하네.     


건강음료 빨대로 마시는 미자.

     

S#18.  재정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오후)


재정과 혜경은 각자 발끝만 쳐다보고 있고 정순은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간다.     


정순/  

사돈은 잘 계시지?  


재정/  

엄마, 이따 저랑 이야기 좀 해요.


정순/  

그래.     

  

S#19. 재정의 집, 정순 방(밤)


마주 앉은 정순과 재정.     


정순/  

내가 뭐 못할 짓 했니?


재정/  

엄마 그거 하려고 유민이 안 본다 하신 거예요?


정순/  

그게 어때서.


재정/  

(한숨) 왜 하필.. 제가 처갓집에서 얼마나 창피했는지 아세요? 장인어른도 계신데.


정순/  

창피했다고?


재정/  

집에 있기 답답하면 그냥 친구들 만나서 차 한 잔 하세요.

아님 장모님처럼 문화센터 가서 뭘 배우시던가.


정순/  

장모님처럼?


재정/  

장인어른 공천 앞두고 계세요. 우리 그냥 조용히, 남들 눈에 안 띄게 살아요.


정순/  

내가 왜 사돈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해?


재정/  

지난번 말씀드린 것처럼 도우미 쓰면서 여가 시간 즐기면 스트레스도 덜 받으실 테고..


정순/  

고귀하신 사돈댁에 수준 맞춰 살아라 이거 아니야.

난 그렇게는 못한다. 아니 안 해!

주인집 눈치 보는 종도 아니고 내가 왜.. 기가 막혀서.


재정/  

눈치를 보라는 게 아니라..

눈치 좀 보면 어때요. 주변 신경도 쓰고 적당히 좀 맞춰서 살자는 거죠.


정순/  

나가라. 그만하자

 

재정/  

(한숨) 쉬세요.     


재정,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간다.     


정순/  

못돼 처먹은 놈!     


혼자 분을 삭이던 정순, 서랍 속 통장을 꺼내 잔고 확인한다. 삼천만 원이다.     

  

S#20. 지하철역 입구(낮)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역 입구에 도착한 정순, 휴대전화가 울리고 미자의 이름이 뜬다.     


정순/  

여보세요.


미자/  

언니, 갑자기 집을 왜 나가!


정순/  

대화와 타협을 해도 모자란 판에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어.

나보고 점잖게 살라잖아! 처갓집 보기 창피하다고.


미자/

어제 그러고 가더니 사달이 났네 났어.


정순/  

너 입조심, 알지?      


전화 끊고 한숨 쉬는 정순.

휴대전화 연락처 목록을 살피며 연락할 사람을 찾는다.

명수 이름을 보고 고민하는 정순.     


S#21.  지하철역 입구(낮)


헐레벌떡 뛰어오는 명수, 고개 반쯤 들고 살짝 손 들어 보이는 정순.     


정순/  

여기!


명수/  

(숨 고르며) 아니 어떻게 된 일이에요.

(트렁크 보며)이 짐은 다 뭐예요


정순/  

천천히 설명할게.

(주변 살피며) 일단 가자.


명수/  

갈 데는 있어요?


정순/  

아니 없어.


명수/  

(헛웃음)와, 이 누나 진짜 대책 없네.     


명수는 정순의 트렁크를 빼앗고 한 손으론 정순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향한다.     


S#22.  모텔 앞(오후)


모텔 앞에 서 있는 정순과 명수.

언뜻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명수의 손을 몇 번 뿌리치던 정순, 결국 두 사람 함께 모텔 안으로 들어간다.     

  

S#23. 모텔 데스크(오후)


데스크 직원에게 다가가는 명수, 심드렁한 표정의 직원이 명수를 쳐다본다.   

  

직원/  

쉬었다 가세요?


명수/  

그건 아고...


직원/  

없어요, 방      


명수와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정순이 고개 푹 숙이고 서 있다.

그 옆을 팔짱 낀 젊은 남녀가 수군거리며 지나간다.

어딘가 전화 거는 명수     


명수/  

여보세요? 김사장! 사업 잘 되나 봐?

우리 사촌 누님이 집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 당장 갈 데가 없다고 해서

내가 이리로 모셨거든.

방이 없다 그러네.     


통화하면서 정순 쳐다보는 명수. 걱정 말라는 듯 눈 찡긋.      


명수/  

어, 어, 그래 나중에 대포 한잔 하자고!     


전화 끊고,      


명수/  

가요     


S#24. 모텔방 안(오후)


모텔방 현관. 정순은 안으로 선뜩 들어가지도 못하고 망설인다.

정순의 손목을 낚아 채 방으로 이끄는 명수.     


정순/  

어머머. 왜 이래.


명수/  

비켜야 짐이 들어오죠.     


뒤에 모텔 직원이 트렁크 가방을 들고 서 있다.      

 

S#25. 모텔방 안(오후)


모텔방 안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은 정순과 명수.

어색한 정순은 헛기침만 한다.     


명수/  

누님 이 참에 제대로 해보는 건 어때요?


정순/  

(경계하듯) 뭘?


명수/  

일이요. 방송 보셨죠? 누님 소질 있어요.


정순/

아니, 뭐..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 그거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어. 실버모델.


명수/  

누나 고등학교 다닐 때 잡지 표지 모델도 했잖아요.

쭉 했으면 지금쯤 대한민국 연예계에 한 획을 그었을지도 모르죠.

왜 그렇게 결혼을 일찍 해서.


정순/  

재정이 들어서는 바람에 결혼 말고 다른 수가 없었어 그때는.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명수.


명수/  

누님! 돈 좀 있어요?


정순/  

돈은 왜?


명수/  

딱 세 장, 내가 친한 드라마 감독이 있는데 이번에 미니 하나 들어가거든요.

다 캐스팅 됐고 주인공 엄마를 찾는 중인가 봐요. 누님이 딱인데.


정순/

(웃음) 내가 어떻게 해~ 고두심도 아니고


명수/  

감독이 이번에 신인 중에서 찾는대요.

중요한 건 배역이 기가 막혀서 하기만 하면 무조건 뜬다 이거죠.

유명 탤런트 중에도 하겠다는 사람 줄 섰어요.

그런데 감독 고집이 워낙 세서..


정순/  

그래? 그래도 돈 주고 출연하는 건 좀...


명수/  

(호탕한 웃음) 우리 누님 진짜 순진하시네요.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라 투자예요 투자.

드라마 제작에 투자하고 성공하면 같이 나누는 거, 그런 이야기 못 들어보셨어요?

누님은 개인 투자자가 되는 거죠.


정순/  

아...


명수/  

천천히 생각해봐요. 누님이 딱이라니까요.     


-5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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