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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아리 Jan 08. 2023

여전히 예뻐서_10

S#65. 재정의 아파트, 정자(오후) 


벤치에 앉는 정순과 명수. 

정순은 명수에게서 한 뼘 정도 떨어져 앉는다.     


명수/  

맘고생 많으셨죠?


정순/  

……


명수/  

오랜만에 아들한테 연락이 왔어요. 

근데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정순/  

그래도 그렇지! 내 사정 뻔히 알면서 나한테 그런 짓을 해? 


명수/  

죄송해요. 

근데 절대 누님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저 못 믿으세요?


정순/  

내가 널 어떻게 믿어.


명수/   

그때 말한 감독, 다시 날 잡았어요. 

누님 사진 보여줬더니 마음에 든대요. 

대본 리딩만 해보고...


정순/  

(말 자르며) 아니. 지금은 아니야.


명수/ 

누님!


정순/  

난, 내가 행복하면 자식들도 기뻐할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애들이 바라는 내 모습은 따로 있나 봐. 

시간이 걸려도 좋아. 아들이 응원해줄 때 그때 다시 할게.     


알았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응원하듯 정순 손을 꽉 잡아주는 명수.     

 

S#66. 재정의 아파트 입구, 차 안(오후)


혜경은 혜경모와 함께 차를 타고 아파트 입구로 들어온다. 

힘없이 눈 감고 기대앉은 혜경. 

그런 혜경을 걱정스레 힐끔 쳐다보는 혜경 모.     


혜경 모/  

얼마나 힘들면 회의 중에 쓰러져. 

그 난리에 스트레스 안 받고 배겨?

속 편하게 죽 같은 거 먹고 일찍 자, 응?

(정자 쪽 보고) 가만, 저기 사돈 아니야?     


차 세우는 혜경모.      


혜경모/  

(혜경 흔들며) 눈 뜨고 좀 봐봐


혜경/  

(귀찮은 표정) 어디? 

맞네 우리 어머님. 근데 옆에 누구지?     


자동차 다시 출발하고, 정자 옆을 지날 때 혜경은 창문 아래로 몸을 숙인다.     


S#67. 재정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차 안(오후)


주차 후 차에서 내리지 않는 혜경 모녀.

정순이 남자와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 어안이 벙벙하다.     


혜경 모/  

너네 시어머니 어떡하니.


혜경/ 

……. 


혜경 모/  

아니, 훤한 대낮에 그것도 동네에서.


혜경/  

엄마, 아닐 거야 그런 거.


혜경 모/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다 보고선 딴 소리야 얘는.

아빠 선거 얼마 안 남은 거 알지? 

괜히 여러 말 나오기 전에 시어머니 단속 제대로 해. 알겠어?


혜경/  

(배 아픈)아..


혜경 모/  

왜 그래? 또 아파?


혜경/  

어, 엄마 잔소리 스트레스.


혜경 모/  

(눈 흘기고) 으이그, 들어가서 쉬어.      


차에서 내리는 혜경, 혜경의 뒷모습 바라보는 혜경 모.

혜경 모습이 안 보이자마자 휴대전화 꺼내든다.     


혜경 모/  

박서방, 많이 바쁜가?      


S#68.  재정의 아파트, 외경(밤)


재정(F)/  

엄마!!     


S#69. 재정의 아파트, 거실(밤) 


양복차림의 재정, 정순과 팽팽한 긴장감 속에 마주 보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혜경은 유민을 데리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재정/  

그 남자, 엄마 돈 가져간 사람 맞죠?


정순/ 

돌려준대. 


재정/  

여기가 어디라고 와요.

엄마, 제발 남의 눈 좀 신경 쓰고 살아요. 

저희 보기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정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이날 이때까지 유민이 키우고 너희 살림해줬으면 됐지

나도 하고 싶은 게 있어.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해 보겠다고 도전하면 

응원은 못해줄망정, 그게 엄마한테 할 소리야?


재정/  

(떨리는 목소리) 싫어요. 

엄마가 남들 앞에서 웃고 그러는 거 정말 끔찍해요


정순/  

그게 무슨 소리야.


재정/  

밤늦도록 식당일 하느라 안 들어오면 내가 엄마 데리러 갔었잖아요. 

그때 많이 봤어요. 술 취한 아저씨들이랑 엄마 있는 거..

(울음 터지는) 어떤 아줌마가 와서 엄마 머리채 잡고 남편 내놓으라 하는 것도.


정순/  

그만!     


재정의 따귀를 때리려는 정순, 재정이 정순의 팔을 잡는다.     


정순/  

너 지금 엄마한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재정/  

근데 그 집 아들이 나랑 같은 반에 있었어요. 

내가 학교에서 어떤 취급을 당했는지.. 엄마는 상상이나 해봤어요?     

아무 말 못 하는 정순. 호흡이 가빠진다.     


정순/  

나 혼자 너 키우면서 단 한 번도 부끄러울 행동 한 적 없다.


재정/  

저도 지금까지 그렇게 믿고 버텼어요. 그러니까 제발. 엄마


꺽꺽 울음을 삼키는 재정과, 담담하게 눈물 고인 정순.      

  

S#70. 재정의 집, 서재(밤)


불 꺼진 재정 방, 재정은 노트북만 켜 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정순이 등장하는 홈쇼핑 화면을 여러 번 리플레이한다.

화면 속 환하게 웃는 정순을 바라보는 재정.     

 

S#71. 재정의 집(아침)


출근 준비 끝내고 아침 식사 중인 재정과 혜경, 국그릇 놔주는 정순.     


재정/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정순/  

내가 먼저 할게. 오늘 나가서 집 알아볼 거야.


혜경/  

어머님!


재정/ 

 ……


정순/  

유민이도 많이 컸고 나도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거 해야지.

그래. 너희한테는 미안해. 

하지만 이렇게 마음먹은 이상 주저앉을 수는 없어.


재정/  

(다 먹고 일어나며) 먼저 일어날게요.     


재정/ 

쳐다보지도 않고 묵묵히 밥 먹는 정순.     


S#72. 재정의 아파트 입구 (오후)


외출 준비를 하고 나온 정순. 

하늘 올려다보며 따사로운 햇살에 눈 찌푸리고. 

심호흡을 크게 한 후 길을 나선다.     

 

S#73. 연기 아카데미(오후)


건물 간판 올려다본 후 들어가는 정순.

아카데미 내부에는 성공한 실버모델들의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 

강의실 유리창 너머로 수업을 엿보는 정순.

워킹 연습하는 예비 실버모델, 

대사 연습하는 배우 지망생들이 보인다.     

안내데스크 직원과 몇 마디 나눈 후 등록카드를 받아 드는 정순.

정순의 손이 정성껏 등록카드를 작성해 내려간다.

      

S#74. 재정의 회사(오후)


회사 로비에서 입구를 쳐다보며 서 있는 재정. 

누군가를 보고 뛰어가 맞이한다.     


재정/ 

여기에요!


정순/ 

갑자기 무슨 일인데..


재정/  

일단 들어가요.


정순/  

들어간다고?


재정/  

시간 없어요. 빨리.     


정순의 등을 밀며 회사 안으로 들어가는 재정.     


S#75. 재정의 회사 사무실(오후)


사무실 안으로 나란히 들어오는 정순과 재정을 본 부장은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는다.     


부장/  

아이고! 오셨습니까. 


정순/  

네, 안녕하세요.


부장/  

아무리 모자지간이라도 이런 건 제대로 하는 게 아무래도 낫죠? 

박대리와 천천히 차 드시면서, 네네. 하하.


정순/  

네?     


부장이 자리를 뜨고, 무슨 소린지 어리둥절한 정순.      


정순/  

(소곤) 왜 오라고 한 거야?     


재정, 무심하게 종이 한 장을 건넨다.      


재정/  

읽어보고 괜찮으면 사인해요.


정순/  

이게 뭐야?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정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정순/  

계약금은?


재정/  

(손가락 다섯 개 펴 보이며) 이 이상은 안 돼요. 

판매량 봐서 재계약 때 다시 이야기하는 걸로!     


계약서에 커다랗게 이름 석자 쓰는 정순.     


 [에필로그]


 S#76. 아파트 정자(낮)


삼삼오오 동네 할머니들이 손자들을 데리고 나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저만치서 선글라스에 커다란 왕골모자 쓴 정순이 다가온다.

동네 할머니들 호들갑 떨며 정순을 반긴다.

미자 앞에 와서 선글라스를 벗는 정순     


정순/  

오랜만이네?


미자/  

(떨떠름) 언니 요즘 잘 나가더라.


정순/  

응. 누구 덕분에 아들이랑도 화해하고.


할머니/  

유민 할머니 정말 대단해! TV에도 나오고~. 우리도 좀 알려줘요


정순/  

(선글라스 벗으며)

일단! 

(뜸 들이고) 집을 나가.      


무슨 소린지 어리둥절한 할머니들.

정순의 휴대전화 벨 울리고 으스대는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 정순.     


정순/  

여보세요? 

어머, 사부인~ 잘 지내시죠?

선거운동이요?     


휴대전화 손으로 가리고 새어 나오는 웃음 참는 정순.     


정순/  

제가 촬영스케줄이 잡혀 있어서요. 호호     


전화 끊은 정순. 

야호- 외치며 왕골모자를 하늘로 던져 올린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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