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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 살 선생님 Oct 15. 2021

엄마는 열 살 선생님

교직경력 10년 차, 10살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엄마는 몇 살 형아들 선생님이야?"

"응, 10살."


네 살이 된 이후, 나이에 대해 인식하고 나서부터 지나가는 모든 사람 심지어 강아지 나이까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나 동경하는 사촌형의 나이가 열 살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우리 아이에게 열 살이란 장래희망 혹은 멋진 모습의 종착지 같은 것이 되었다. 게다가 "하나, 둘"부터 손가락을 세어나가면 마지막 클라이막스처럼 "열!" 하고 세어지는 그 숫자, 열은 아이에게 그런 숫자다.


교직생활을 시작한 지 딱 10년이 되었다.

교사 경력으로 나이를 매긴다면 10살이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완전수'로 생각하는 10, 두 손가락 가득 채운 경력이 되었다.


10년 동안 나는 조금은 완전한 모습에 이르렀을까.

아이들이 싸우면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던 모습에서 이제는 양쪽 아이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교통정리를 해주는, 조금은 솔로몬스러운 선생님이 되었다. 

수업자료를 찾으려면 하루 종일 걸리던 모습에서 이제는 모든 학년을 한 번씩은 지도해보기도 했고 수업자료 찾는 노하우도 어느 정도 생겼다.

결혼하기 전에는 전혀 이해되지 않던 엄마들의 행동이 아이를 키우며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했고,

원래도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도 나를 잘 따르는 편이었지만

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부터는 지나가는 아이도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학부모 상담을 하면 반말을 반 정도 섞어서 은근슬쩍 말을 놓는 부모님도 있었고 운동회에 편한 옷을 입고 아이들 사이에 앉아있으면 누가 선생님인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요즘 그런 일은 없다.


오늘도 아이는 물었다.

"엄마, 나도 열 살이 되면 엄마 학교 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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