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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 살 선생님 Oct 23. 2021

아이에게 엄마가 가장 필요한 3년을 고르시오.

초등교사의 육아휴직


아이에게 엄마가 가장 필요한 3년을 고르시오.


2018년 아이가 태어나고, 2019년 한 해 육아휴직을 했다.

5월에 태어난 아이를 그 해를 마칠 때까지 친정엄마가 봐주셨고,

친정엄마가 시간이 되지 않는 때에는 가까이 사는 이모가 돌봐주셨다.

이듬해 3월부터 아이가 20개월 즈음되는 1년간 휴직을 하며 아이를 키웠다.


처음에는 6개월만 휴직하려고 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막연히 돌 즈음까지 키우면 어린이집에 보내도 괜찮을 줄 알았다.

아이의 돌 즈음, 복직을 할지 의사를 물어오는 학교에 나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휴직연장을 선택했다. 돌 즈음의 아이는 엄마의 손길이 너무 필요하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다. 1년을 키우면 어린이집쯤은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지난 날의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나기만 했다. 1년의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위해 20개월이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도 더 연장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 아이는 아직 세상에 내놓기 너무 작고 어리게만 느껴졌다.


아이가 태어나면 교사에게 주어지는 육아휴직은 총 3년.

처음 1년은 용돈 정도의 육아휴직 수당도 받고 경력도 인정되지만 나머지 2년은 수당이 없을 뿐 아니라 경력에서 모두 제외된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경력이 인정되는지 수당이 얼마인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주어진 3년의 시간을 언제,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엄마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냐.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치 [아이에게 엄마가 가장 필요한 순간을 3년만 고르시오]

라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주관식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너무 웃기지 않는가.

아이에게 엄마가 가장 필요한 3년을 고르라니. 아이는 엄마가 늘 필요한데 말이다.


처음 태어나서 1년은 말할 것도 없고, 18개월쯤 되면 낯가림이 시작되면서 아이는 엄마를 많이 찾는다.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 아무리 적응을 잘하는 아이도 가끔 가기 싫다고 주저앉을 때가 있고 우는 아이를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그게 싫으면 출근시각에 늦거나 둘 중 하나이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여유롭게 기다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급히 등원시키고 오는 날에는 마음이 좋지 않다. 게다가 가끔 열감기에라도 걸리는 날에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게 너무 막막하다.

그래도 어린이집에 다닐 땐, 이른 시각에 혹은 늦은 시각까지 아이를 돌보아주지만 유치원에 가면 그렇지 않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출근하는 유치원생의 경우 양가 할머니가 등하원을 해주시는 경우가 대부분, 그마저도 상황이 안될 경우 등원을 도와주시는 분을 따로 모셔야한다.

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에도 엄마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학년 담임을 했던 해, 학교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등굣길에 두어 달 눈물을 흘리는 아이도 있었다. 그만큼이나 처음 학교에 가는 순간은 아이들에게 긴장되는 순간이고 엄마가 아주 필요한 시기다.


예전 선생님들의 아이 키운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때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였다.

출산휴가조차 2달, 그리고 더 오래 근무하신 선생님들은 1달, 그마저도 보름만 지나면 학교에서 출근하라고 독촉 전화가 야단이었다고 한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있어야 일을 계속할 수 있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 급하면 아이를 교실에 데리고 수업을 한 적도 있다고 하니...

그 숱한 세월을 지나 지금껏 교직에 계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초등교사의 육아휴직,

그 어느 직장보다 넉넉하고 다소 자유로우며 보장되어 있는 휴직,


하지만, 대다수 부부가 맞벌이인 요즘

그리고 연애는 하되 결혼은 하지 않겠다,

혹은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요즘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국가적으로 적극 권하는 요즘


아이 키우기에 가장 시간적으로 넉넉하다는 초등교사도 이토록 많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것을 보면, 일하는 엄마들의 아이 키우기는 참 어려운 것이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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