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스며든 풍경들
주머니 속에서 짤랑이는 열쇠들은
늘 나보다 먼저 집을 기억한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감촉 속엔
늦은 저녁의 안도감이
따뜻하게 번져있고
잠긴 문 앞에 서서
방향을 더듬어 맞추다 보면
하루를 넘기려
꽁꽁 잠가 두었던 것들도
어느덧 스르르 열려 피어오른다
창밖의 고양이 울음만 맴도는 방에서는
어느덧 피아노 소리가 스며들고
굳어 있던 얼굴에는
은은한 달빛이 걸려가네
작은 쇳조각 하나에 녹아 있는
이토록 많은 풍경은
언제나 그림자 속에서
제 모습을 숨기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