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스며든 풍경들
현관에 아무렇게나 벗어둔 신발에는
하루 동안 걸었던 길들이
조금씩 묻어 있다
가랑비에 젖어 마른 자국과
바닥에 남은 흙먼지 사이에는
묵묵히 걸어왔지만
흐릿해져 일렁이는 길들만 남아 있네
단단히 바닥을 잡아주던 밑창은
어깨 위 산맥을 타고 내리는 폭포로 깎여 나갔고
지쳐서 발을 빼고 나면
혹여나 찢어져 숨을 멈출까
가만히 구석으로 웅크리네
언젠가는 부딪혀 해지겠지만
비틀거리면서도 진하게 찍은 발자국에는
거칠고 투박한 신발이
여전히 잔불을 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