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풍랑주의보로 고생(?)을 했는데, 이번 주에는 연일 폭염경보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관광객의 수도 부쩍 줄었고, 입도한 관광객도 폭염에 얼마 돌지 않고 매표소로 돌아와 일찍 가파도에서 나간다. 배를 운영하는 선사의 입장에서도 매출이 줄어 울상이고, 가파도의 가게들도 손님이 들지 않아 한숨을 쉰다. 아예 문을 닫고 육지로 떠난 가게 종사자도 많이 생겼다.
2.
첫배로 들어오는 주민들을 인사로 맞이하는 것을 루틴으로 삼고 있는데, 점점 입도하는 주민들의 숫자도 줄고 있다. 섬에 계신 분들도 워낙 더워서 밖을 나가지 않는다. 섬이 종일 조용하다. 햇빛이 내리 쪼여서 길을 덥히고 집을 데운다. 근무가 끝나고 집으로 가도 들어가기가 무섭다.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도 좀처럼 더운 열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3.
해가 져서 열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블루오션의 바깥 그늘막에서 찬물을 들이키며 시간을 보낸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블루오션에 들려 얼음물을 마시는 것도 루틴이 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해서 몸의 열기를 식히지 않으며 집으로 가다가 쓰러질 판이다. 찬물을 마시고 숨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있으면 솔솔 바람이 불어와 몸의 열기를 씻어간다. 휴우~~ 이 무더위는 언제 끝날 것인가?
4.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국상황을 살펴보니 한반도 전체가 붉게 타오르고 있다. 나라 전체가 찜통이다.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며 김밥집에 가는 것도 어느새 멈췄다. 시원한 터미널 내에서 밥을 찬물에 말아 오이장아찌를 얹어 먹는다. 더위가 계속되니 입맛도 떨어진다. (세상에 내가 입맛이 없다니.) 책상에 작은 선풍이 하나를 틀었는데, 이게 효과가 대단하다. 가만히 앉아 가만히 숨 쉬고 가만히 독서하며 하루를 보낸다. 이런 날씨에는 피서법이 따로 없다. 그냥 될 수 있으면 밖에 나가지 않고, 될 수 있는 한 적게 움직이고, 될 수 있는 한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다. (겨울에 동면하는 동물이 있는데, 우리에게는 하면이 필요하다. 한두 달 무더위가 사라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동굴에서 자고 싶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5.
오늘 가파도에 노인 한 분이 더위에 쓰러져 실려갔다. 아마도 전국에서 벌어질 일일 것이다. 무더위 먹고, 다른 것을 챙겨 먹지 않아 체력이 떨어진 데다가 몸의 온도가 갑자기 올라가니 자율신경이 작동하지 않아 쓰러지신 것이다. 이 정도면 나라에서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할 텐데. 뭘 기대할 수 없는 사회안전망이 된 지 한창이다. 제발, 더워서 죽는 일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