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구 지동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가 신청한 인터넷을 해지하려다가 사달이 났다는 것. 2년 전 그러니까 가파도로 내려오기 전, 고양시에서 자유청소년도서관을 폐관시킨 직후, 친구 지동이네 집 2층을 작업실로 빌려 입주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을 신청했다. (그곳에 인터넷이 있어서 연결해서 쓰면 되지만, 친구는 어차피 인터넷 작업을 많이 할 테니 자기 명의로 선 하나를 더 신청하라고 했다. 착하디 착한 친구.) 물론 내가 쓰고 있는 동안에는 인터넷 사용료를 내가 냈다. 문제는 내가 1년 반이 지나고 그 집에서 나와 가파도로 내려오면서 발생했다. 3년 약정으로 묶여있어서 내가 내려오면서 사용료를 지동이 통장으로 옮겼던 것. 그 사이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해지를 못하다가 올해 해지를 하려는데, 약정만료기간인 25년 7월 27일까지 위약금을 748,000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약정 유지 시 잔여기간 납부할 사용료 총액인 481,800원을 내려고 하니 사용료 선납(완납)은 불가능하다고 KT100 콜센터 직원이 말했다고 한다.
2.
내 친구 지동이는 참으로 착한 사람이다. 웬만한 문제는 자신이 손해를 보며 해결을 하려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멍청한 친구가 아니다. 스마트하다면 내 친구들 중에서 가장 스마트한 친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KT에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듯, 내 친구의 정의본능을 건드리고 말았다. 상식 차원에서도 말이 안 되고, 고객 보호차원에서도 말이 안 되는 선납불가, 위약금 납부하라는 통보(?)에 착한 지동이가 시민의식을 작동시킨 것이다. 자신이 당하는 해지 시 위약금 문제는 KT뿐만 아니라 모든 인터넷망 회사의 공동된 문제라 그냥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3.
그리하여 끊임없이 선납은 안 되고 위약금을 납부해야 해지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그러한 것은 약관에 나와있는 것인지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했다. 내 짐작으로는 지동의 끈기는 부처님도 놀라게 할 정도라, KT가 이번에는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고객과 회사의 작은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내 친구는 끊임없이 분석하고 질문하고 근거를 찾아 정리하고 다시 묻고를 반복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KT의 잘못이라는 것. 친구는 이러한 사실을 KT에 통보했을 뿐 아니라, 다른 고객들에게 유사한 잘못된 행위가 지속반복되지 않도록 요청하고, 이를 지켜보겠다고 한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내 친구는 한다면 진짜로 하는 친구다.)
4.
이런 상황을 중간중간 전해 들으며 들었던 나의 생각. 이 문제는 원래는 내가 해결하고 가파도로 내려왔어야 했는지 그러지 못하고 내려오면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 그래서 내 친구가 나 대신 대리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점. 그런데 나는 이를 멀리서 중계방송을 보듯 전해 듣고 있었다는 점. 내 친구가 착했기에 망정이지 못된 친구였다면 나에게 해결하라고 하면서 책임을 넘겼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 그래서 내 친구의 소중한 시간을 이 따위 문제를 해결하려고 쓰고 있다는 점. 착한 친구의 뚜껑이 열렸다는 점. 내가 엄청 미안해졌다는 점. 그래서 이렇게 글로라도 이 사실을 알림으로써 친구의 정의로움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 이 사실을 착하고 정의로운 친구인 지동이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점.
친구야, 미안하다. 친구야, 고맙다. 친구야, 파이팅!!
<추가>
친구의 치밀함과 정의로움을 조금이라도 감상하고 싶은 분을 위해 하나만 맛보기로 공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