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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한 달 살기’보다 ‘한 달 지키기’가 어렵다

- 청년의 중용 읽기

by 김경윤

사람들은 모두 ‘나는 지혜롭다’고 말하지만,

이익에 이끌려 함정 속으로 내몰려도 피할 줄을 모른다.

사람들은 모두 ‘나는 지혜롭다’고 말하여 중용을 택하지만,

한 달도 채 지키지를 못한다.

(All men say, 'I am wise';

but being driven forward into a trap, they know not how to escape.

All men say, 'I am wise'; but when they have chosen the Mean,

they are not able to keep it for a round month.)


우리는 누구나 합리적인 사람이고 싶어 합니다. “나는 적어도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아”, “나는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편이지”라고 스스로를 평가하곤 합니다. 이렇게 ‘나는 지혜롭다’고 믿는 우리에게, 공자는 두 가지 날카로운 시험 문제를 던집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우리는 이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고 맙니다.


첫 번째 시험 문제는 ‘이익’이라는 이름의 함정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주변에는 ‘쉽고 빠르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이 넘쳐났습니다. 주식, 코인, 부동산 열풍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기회만 잡으면 인생 역전’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나는 저런 사기에는 절대 안 당해’라고 자신하던 사람들조차 ‘나만 뒤처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과 ‘혹시나’ 하는 욕심 앞에서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습니다. 공자는 이 모습을 ‘그물과 덫과 함정’에 스스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평소에는 똑똑한 척하지만, 눈앞의 달콤한 이익 앞에서는 위험을 분별하는 지혜를 잃어버리는 것이 우리들의 나약한 모습입니다.


두 번째 시험 문제는 ‘시간’이라는 이름의 체력장입니다.

요즘 ‘제주도 한 달 살기’, ‘유럽 한 달 살기’가 유행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분명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중용』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혹시 ‘좋은 결심 한 달 지키기’는 해본 적이 있느냐고요.


‘한 달 살기’는 어쩌면 돈과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벤트’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달리기’, ‘한 달 동안 하루 한 번 감사 일기 쓰기’, ‘한 달 동안 불평하지 않기’와 같은 결심을 꾸준히 지켜내는 것은 엄청난 의지력과 성실함을 요구하는 ‘수행’에 가깝습니다.

공자는 냉정하게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길(中庸)이 무엇인지 알고, 그 길을 가기로 선택까지는 하지만, ‘한 달도 채 지키지 못한다(不能期月守也)’고요. 우리의 결심이 얼마나 쉽게 스러지는지, 우리의 의지가 얼마나 쉽게 꺾이는지를 꿰뚫어 본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시험을 통해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진정한 지혜란, 머릿속에 든 지식의 양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순간에 발휘되는 힘이라는 것을요. 그것은 눈앞의 유혹을 이겨내는 ‘분별력’ 이고, 옳은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지구력’ 입니다.

오늘 하루, 당신은 어떤 시험대 위에 서 있었나요? 달콤한 유혹의 함정을 잘 피해 가셨나요? 어제 했던 좋은 결심을 오늘도 잘 지켜내셨나요? 설령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더라도 괜찮습니다. 내일 또다시 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시험을 치르고 있는지 자각하는 것입니다. 그 자각이야말로 우리를 진짜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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