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의 중용 읽기
안회라는 사람은 중용을 택하여 하나의 좋은 것을 얻으면,
마치 소중한 보물을 두 손으로 꽉 쥐어 가슴에 품듯이,
그것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결코 잃어버리지 않았다.
(This was the manner of Hui: he made choice of the Mean,
and whenever he got hold of what was good, he clasped it firmly,
as if wearing it on his breast, and did not lose it.)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쏟아진 뉴스가 스마트폰 화면을 가득 채우고, SNS 피드에는 감동적인 글귀와 유용한 정보들이 쉴 새 없이 흘러갑니다. 우리는 그 정보들을 부지런히 ‘저장’하고 ‘공유’합니다.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서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저장된 수많은 정보들 중에, 과연 몇 개나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었을까요? 대부분은 디지털 공간 어딘가에서 먼지만 쌓인 채 잊혀 가곤 합니다.
공자는 수많은 제자들 중에서 유독 안회(顔回) 라는 제자를 아꼈습니다. 그는 가난했지만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늘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하려 애썼습니다. 앞선 7장에서 보통 사람들은 좋은 결심을 ‘한 달도 지키지 못한다’고 탄식했던 공자는, 8장에서 바로 이 안회를 등장시켜 그와 보통 사람들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보여줍니다.
그 차이는 바로 ‘태도’에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좋은 가르침을 만나면 머리로만 이해하고 쉽게 흘려버립니다. 마치 인터넷 서핑을 하듯 가볍게 ‘소비’해 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안회는 달랐습니다. 그는 ‘하나의 좋은 것(一善)’을 얻으면, 그것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했습니다.
‘권권복응(拳拳服膺)’. 이 아름다운 표현은 안회의 태도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권권’은 두 손으로 무언가를 소중하게 꽉 쥐는 모습이고, ‘복응’은 그것을 가슴에 꼭 품는다는 뜻입니다. 그는 좋은 가르침을 만나면, 그것이 닳아 없어질세라 두 손으로 꼭 쥐어 자신의 가슴 가장 깊은 곳에 새겨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결코 잃어버리지 않으려고(弗失之矣) 매 순간 그것을 되새기며 살았습니다.
오늘 밤, 당신에게 깊은 울림을 준 책 속의 한 문장을 만났다고 상상해 봅시다. 보통 사람이라면 “와, 좋은 말이네” 하고 감탄한 뒤 책을 덮고 잊어버릴 겁니다. 하지만 안회처럼 그 문장을 대한다면 어떨까요? 그 문장을 정성껏 손으로 베껴 써서 책상 앞에 붙여두고,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하루를 보내는 동안 그 문장의 의미를 곱씹으며, 나의 말과 행동을 그 문장에 비추어 봅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을 보내다 보면, 그 문장은 더 이상 책 속에 박제된 활자가 아니라, 나의 피와 살이 되고 삶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얕은 ‘지식’을 깊은 ‘지혜’로 바꾸는 연금술입니다. 안회가 중용의 도를 꾸준히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은, 특별한 재능이나 비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단지, 자신에게 온 좋은 것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끌어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알았던 것입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마음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당신이 ‘권권복응’하고 싶은 단 하나의 ‘좋은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 문장 하나를 가슴에 품고 잠드는 밤, 당신의 내일은 분명 어제와는 조금 다른 깊이를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