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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부드러움이야말로 가장 강한 무기다

- 청년의 중용 읽기

by 김경윤

군자는 사람들과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다!

세상의 중심에 서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다!

(The superior man is sociable, but does not drift with the stream—

how firm is he in his strength!

He stands in the middle, without inclining to either side—

how firm is he in his strength!)


‘강하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우람한 근육, 흔들림 없는 눈빛,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단단한 모습일 겁니다. 공자의 제자 중에도 그런 ‘강함’을 동경했던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자로(子路). 용맹하고 직선적이었던 그는 어느 날 스승에게 묻습니다. “스승님, 진정한 강함이란 무엇입'니까?”

공자는 대답 대신 되묻습니다. “네가 묻는 강함이 북방 사람들의 강함이냐, 남방 사람들의 강함이냐, 아니면 너 자신만의 강함이냐?”

공자에 따르면, 북방 사람들의 강함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강함’의 이미지와 같습니다. 무기와 갑옷을 입고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함. 하지만 공자는 이런 강함을 ‘강한 체하는 자’의 것이라며 선을 긋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힘,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으려는 뻣뻣한 힘은 진정한 강함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면, 남방 사람들의 강함은 정반대의 모습을 띱니다. 너그럽고 부드러운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고, 심지어 무례한 일을 당해도 감정적으로 보복하지 않는 것. 이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순간적인 분노를 이겨내는 내면의 통제력에서 비롯되는 ‘부드러운 강함’입니다. 공자는 바로 이런 강함이야말로 ‘군자’가 추구해야 할 강함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공자는 이 둘을 넘어선 궁극의 강함, 즉 군자의 강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바로 ‘내면의 중심’을 지키는 힘입니다.


첫째,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는(和而不流)” 강함입니다.

진정 강한 사람은 줏대 없이 남들의 의견에 끌려다니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 생각만 고집하며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아집’에 빠지지도 않습니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조화를 이루되(和), 그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색깔과 원칙을 잃지 않습니다(不流). 마치 꿋꿋이 흐르는 강물처럼,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지면서도 자신의 갈 길을 묵묵히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둘째, “중심에 서서 치우치지 않는(中立而不倚)” 강함입니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편을 가르라고 유혹합니다. ‘찬성 아니면 반대’, ‘아군 아니면 적군’. 하지만 진정 강한 사람은 성급하게 어느 한쪽에 줄을 서지 않습니다. 그는 잠시 거리를 두고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으며, 감정과 편견에 휩쓸리지 않고 사물의 중심을 꿰뚫어 보려 노력합니다. 이것이 바로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균형 감각입니다.


딱딱한 것은 부러지기 쉽지만, 부드러운 것은 휘어질지언정 꺾이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주먹을 꽉 쥔 분노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미소에서 나올 때가 더 많습니다.

오늘, 누군가와 의견이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북방의 강함’으로 맞서기보다, ‘남방의 강함’으로 먼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내 마음의 중심을 단단히 지키며 ‘군자의 강함’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요? 부드러움이야말로 당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부러지지 않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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