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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남 탓을 멈추자 내 인생이 시작됐다

청년의 중용 읽기

by 김경윤

과녁을 맞히지 못하면,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다.

(When the archer misses the center of the target,

he turns round and seeks for the cause of his failure in himself.)


우리 삶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너무나 쉽게 ‘남 탓’이라는 안락한 도피처를 찾곤 합니다. 시험을 망치면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고 탓하고,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팀원들이 잘 안 도와줬다’고 탓하며, 인생이 불행하다고 느끼면 ‘부모님이 잘나지 못해서’, ‘세상이 불공평해서’라고 원망합니다. 마치 내 삶의 불행은 모두 외부의 어떤 원인 때문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런 ‘남 탓’은 달콤한 독약과 같습니다. 당장은 나의 책임을 회피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지만, 결국 내 삶의 주도권을 남에게 송두리째 넘겨주는 가장 무기력한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중용』은 이런 우리에게 아주 의미심장한 비유를 들려줍니다. 바로 ‘활쏘기’입니다. 활을 쏘는 군자(君子)는 화살이 과녁의 정중앙을 빗나갔을 때, 결코 과녁이나 활, 바람을 탓하지 않습니다. 그는 즉시 화살을 거두고, 조용히 자기 자신을 돌아봅니다. ‘나의 자세가 불안정했나?’, ‘활을 쥔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갔나?’, ‘마음이 급해서 호흡이 흐트러졌나?’ 이처럼 모든 실패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것(反求諸其身)’, 이것이 바로 군자의 태도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모든 게 내 잘못이야’라며 자책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이것은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의 궁극적인 책임과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힘 또한 오직 나에게만 있다는 것을 깨닫는 위대한 주체성의 선언입니다.

‘남 탓’을 하는 동안 우리는 영원히 피해자로 남게 되지만, ‘내 탓’으로 관점을 바꾸는 순간 우리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주인공’이 됩니다.

팀원들이 나를 안 도와준다고 불평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나의 리더십을 돌아봅니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대신, ‘나의 실력을 더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나의 노력을 돌아봅니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서운해하는 대신, ‘나의 마음을 어떻게 더 지혜롭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나의 소통 방식을 돌아봅니다.

『중용』은 이런 삶의 태도를 ‘소위이행(素位而行)’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현재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행할 뿐, 그 밖의 것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지위가 높든 낮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조건을 불평하는 대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不怨天), 아래로는 사람을 탓하지 않는(不尤人) 당당한 삶의 자세.

당신의 화살은 오늘 어디를 향해 날아갔나요? 혹시 과녁을 빗나갔다면, 누구를, 무엇을 탓하고 싶으신가요? 잠시 화살을 거두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남 탓’의 화살을 내려놓는 바로 그 순간, 당신의 인생은 진짜 당신의 것이 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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