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의 중용 읽기
부모의 상에는 귀천의 구분이 없으니, 모두가 똑같다.
(In the mourning for a parent, there is no distinction of rank;
it is the same for all.)
앞장에서 우리는 아버지의 낡은 레시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아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과 ‘정신’을 이어받았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아들에게 또 다른 아들이 생긴다면, 즉 3대째로 가게가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할아버지의 정신이 손자에게까지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요?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 처음의 뜨거웠던 마음과 정신은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바로 이때, 위대한 리더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눈에 보이는 ‘시스템(System)’으로 만들어 다음 세대에 물려줍니다.
주나라를 세운 무왕에게는 주공(周公)이라는 아주 현명한 동생이 있었습니다. 형인 무왕이 아버지 문왕의 위대한 ‘뜻’을 이어받아 나라를 세웠다면, 동생 주공은 그 나라가 천년만년 이어질 수 있도록 튼튼한 ‘시스템’, 즉 예법(禮)을 만들어 완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규칙을 아주 세세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제사 음식을 어떻게 차리라는 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서열을 어떻게 정하고, 각자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며, 어떤 복장을 입고 어떤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왜 그렇게 복잡한 규칙을 만들었을까요? 그것은 제사라는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질서와 각자의 역할을 몸으로 배우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아들이 함께 제사를 지내면서, 그들은 말로 배우지 않아도 어른을 공경하는 법, 자신의 위치에 맞는 책임을 다하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아버지의 레시피를 ‘구전(口傳)’이 아닌, 누구나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상세한 ‘매뉴얼’로 만든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힘은 오늘날 성공적인 기업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은 어느 나라, 어느 지점에 가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는 직원 개개인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응대 매뉴얼’이라는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패스트푸드점은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맛의 햄버거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조리법 매뉴얼’이라는 정교한 시스템 덕분입니다.
한 사람의 위대한 마음과 정신은 그 사람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질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면, 그것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속 가능한 ‘문화’가 됩니다.
하지만 주공이 만든 시스템에는 아주 따뜻한 핵심이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그는 신분에 따라 장례와 제사의 형식을 다르게 하는 현실적인 규칙을 만들면서도,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부모를 잃은 슬픔에는 귀천의 구분이 없으니, 그 마음은 모두 똑같다.”
이것은 시스템이 결코 차가운 규칙 덩어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모든 시스템과 매뉴얼의 근본에는 그것을 처음 만들었던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규칙을 위한 규칙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규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당신의 가정에는 어떤 좋은 전통이 있나요? 당신의 회사에는 어떤 훌륭한 문화가 있나요? 그 보이지 않는 마음들을, 다음 세대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작고 따뜻한 ‘시스템’으로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매주 금요일은 가족과 함께 저녁 먹는 날’이라는 작은 규칙 하나가, 당신의 가문을 천년만년 이어줄 가장 위대한 유산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