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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많은 팀원, 상처 없이 조정하는 법

필드 리더십 솔루셥

by 김용진

1. 회의실의 공기


회의가 시작된 지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중견 팀원 한 명이 손을 들더니, 주제와는 약간 엇나간 이야기를 길게 이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회의실의 공기가 묘하게 변했다.
말이 길어질수록 다른 사람들의 눈빛이 멀어지고, 노트북을 보는 시선이 늘었다.
결국 회의는 방향을 잃었고, 정작 결론을 내야 할 시간은 사라졌다.


팀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 친구가 싫은 건 아닌데… 왜 저렇게 말을 많이 할까?”
그는 열정적이고, 일도 잘하고, 의견도 많다. 하지만 한 번 말을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
다른 팀원들이 눈치를 보고, 회의가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게 문제였다.


이럴 때 리더는 곤란하다.
직접 말을 끊자니 마음이 상할까 걱정되고, 그냥 두자니 회의가 늘어진다.
그 사이에서 팀장은 묘한 죄책감과 피로감을 함께 느낀다.


2.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의 구조’다


많은 리더가 이런 상황에서 “그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바꾸면 해답이 보인다.

이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구조’의 문제다.


말이 많은 사람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지적 욕구형, 생각을 말로 정리하며 스스로 검증받는 사람이다.
다른 하나는 인지 욕구형, 내가 이 팀에 기여하고 있다는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사람이다.

이들은 조직에 꼭 필요한 존재다.

생각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며, 팀의 활력을 만들어준다.
문제는 그 에너지가 회의의 구조 속에서 제어되지 못할 때다.

회의 틀이 사람의 리듬을 담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혼선이 시작된다.

그래서 리더는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고, 회의의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3. 회의를 다시 디자인한다


우수한 리더는 단순하게 이를 제지 하지 않는다.
대신 회의의 규칙과 역할을 재조정해 흐름을 바꾼다.


① 구조를 정비한다
모든 사람에게 발언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단순한 규칙이 필요하다.
‘한 사람당 2분 발언제’, ‘모든 팀원이 1차 발언 후 추가 발언 가능’ 같은 룰이 회의의 리듬을 살린다.


② 역할을 바꾼다
말이 많은 팀원에게 ‘요약자’나 ‘정리자’ 역할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오늘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핵심 세 가지를 정리해줘.”
이 한 문장으로 그 사람의 에너지는 발언에서 정리로, 자기중심에서 팀중심으로 이동한다.


③ 개인 피드백은 따로 한다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직접 제지하면 감정이 남는다.
커피 한 잔 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
“네 의견이 늘 깊고 좋아.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얘기하게 네가 길을 열어주면 더 좋을 것 같아.”
이 말에는 비난이 아니라 신뢰가 담겨 있다.


④ 팀의 메시지를 바꾼다
“회의는 말 많은 사람이 이기는 자리가 아니라, 생각이 모이는 자리다.”
이 문장을 회의 초반에 한 번씩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팀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핵심은 ‘제어’가 아니라 ‘리디자인’이다.

시스템이 바뀌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달라진다.


4. 말보다 구조가 만든 변화


한 팀장은 실제로 이런 방식을 도입했다.
회의 초반에 “이번에는 모두가 한 번씩만 의견을 말하고, 이후에 추가 발언하는 방식으로 가자”고 했다.

그리고 말을 많이 하던 그 팀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네가 전체 회의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맡아줘.
너는 워낙 분석을 잘하니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헛돌지 않게 중심을 잡아줘.”


그날 회의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고 생산적이었다.
그 팀원은 자신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걸 이해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메모하며 흐름을 잡았다.

회의가 끝난 뒤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전체 정리 덕분에 회의가 잘 됐어.”

칭찬은 작았지만, 효과는 컸다.

그 이후로 그 팀원은 ‘정리형 리더’로 자리 잡았다.
말을 줄이라는 피드백 한마디보다, 역할을 새로 제안하는 한 문장이 훨씬 강력했다.


5. 결론 – 회의의 품격은 리더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좋은 회의는 누가 옳은가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모두가 생각을 나누고, 함께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다.
많은 팀원은 조직 안에서 불균형의 신호다.

그 신호를 억누르기보다는 시스템을 조정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결국 회의의 품격은 리더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모든 사람이 말할 기회를 갖되,
누구의 말도 넘치지 않고,
누구의 말도 묻히지 않는 공간.


그 균형을 만드는 리더야말로
진짜 회의를 ‘살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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