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원에 다녀왔다. 서울 사람이 부산이나 여수를 가면 가지 창원으로 여행을 왜 가나. 사람 때문이다. 가족도 제일 친한 친구도 거기 가면 너만 힘들어질 거라고 반대했다. 틀렸다. 여행 내내 너무 행복했고 힐링이었으며 내가 왜 그동안 너무 대도시만 다녔을까 생각도 했다. 미국을 가면 LA, 프랑스를 가면 파리, 대도시만 다니다가 평생 그렇게 사람 없는 곳으로 여행 가본 건 처음이었다. 앞으로 기차나 고속버스가 닿는 곳이라면 '내가 생각하기에' 작은 도시도 가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덕분에 앞으로 국내 여행을 얼마나 더 즐기게 될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다녀온 이후로, 득도한 기분이다. 온통 산과 바다에 둘러싸여 있었다 보니 서울에서 그 복잡했던 마음이 비워졌다. 불교의 가르침, 내려놓음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일어나는 데에는 다 타이밍과 이유가 있다는 걸 일상 속에서도 발견한다. 원래 토요일에 창원 가려고 기차랑 숙소도 예약해 뒀었다. 그런데 당일 아침에 갑자기 오늘 내려가고 싶어서 얼른 기차표를 검색했다. 그동안 아무리 수시로 확인해도 올라오는 기차가 매진이라 추석 끝나고 가기로 한 거였다. 그런데 거짓말 같이 내가 마음먹은 순간에 보니 마산에서 서울 올라오는 기차가 딱 한 자리 나왔다. 영국도 당일 비행기 끊어서 간 사람이 창원은 얼마나 더 쉽게 느껴졌겠나. 바로 1시간 반 뒤 기차를 예매했다. 그 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원래 가려고 했던 이번주 주말 내내 비 온다고 한다. 아침에 용기 내어 바로 결정한 덕분에 너무도 푸른 하늘을 맛봤다.
한국에서 영국까지 가서 누군가를 마주치고 싶어서 시내를 뱅글뱅글 도는 것도 해봤다. 말만 들어도 괴로울 일이다. 그런데 이미, 상대는 반응도 없는데 나 혼자 이러고 있다는 허탈함, 속상함과 슬픔, 그 감정을 충분히 느껴봤기 때문에 창원 갔을 땐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다.
회사건 일이건 사람이건 연이 아직 닿지 않은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금 내가 얻어야 할 깨달음이 있어서, 하늘이 생각하는 더 나은 과정과 결과가 있어서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조금만, 아주 조금만 그 타이밍이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