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조회수가 주는 혼란에 대하여
‘왜 이렇게 글쓰기가 싫지?ㅠ‘ 요즘 나를 괴롭히는 마음이다. ‘글을 빨리 써야겠다.’ 조급함은 있는데, 선뜻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바쁜 육아와 가사의 틈에 쓰는 글들이다.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보아도 요즘은 자꾸 다른 것에 더 손이 간다. 나 요즘 왜 이러지?ㅠ
나는 2020년부터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고 있으니, 나름 햇 수로는 5년 차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올린 글이 처음으로 조회수가 엄청나게 높게 나왔다. (높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다. 누군가에게는 높지 않은 숫자 일 수 있다.) 3만 8천… ‘이게 뭔 일이람?’ 내 글의 조회수는 보통 100을 넘기지 않는다. 즉 대부분 두 자릿수다. 20~30명, 많으면 60~70명이 읽는 듯하다. (내 구독자는 30명 남짓이다.) 내 글도 딱 한 번, 조회수가 1,000을 넘긴 적이 있었다. 그때도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지금, 그 글의 총조회수가 2,400쯤이다. 내 글들 중에 가장 많이 읽혔던 글이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 글은 긴 기간 동안 꾸준히 읽혀서 그 정도의 조회수가 쌓였던 것인데,(“100일의 기적은 없다. “는 제목의 글인데, 아마도 많은 육아인들에게 ‘100일의 기적‘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분야이리라.) 이번에는 며칠 만에 그 10배가 넘는 조회수가 나온 것이다.
브런치 스토리는 내 글의 라이크수(하트를 눌러주는 수)와 조회수에 대해서 알림을 보내준다. “(조회수가 아니라) 라이킷수가 10을 돌파했습니다!” ‘돌파’라는 거창한 단어와 나란히 놓이기에는 10이라는 숫자가 다소 소박해 보이기는 하나, 그 10을 넘기는데도 제법을 마음을 쓰는 나였다. 20까지는 욕심을 부리지 않은지 오래됐다. 넘겨본 적이 거의 없으니까. 그 라이크수 10중에 4가 남편, 엄마, 아빠, 동생인데도 나는 10을 넘기는데 나름 열중했다. (그래서 남편이 라이크를 안 눌러주면 종종 면박을 주기도 했더랬다.) 남편을 구박하는 것 빼고는 내가 열중한다고 라이크수가 느는 것은 아니니 열중이라기보다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런데 다음날 이런 알람이 뜨는 것이었다. ”라이크수가 20을 돌파했습니다! “ 이번에는 (적어도 나에게는) 돌파라는 말이 붙기에 (게다가 문장 맨 끝에 느낌표가 붙기에) 20이라는 숫자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그러면서도 나는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라이크수가 20을 넘기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웬일이지?‘ 하면서도 이 낯선 숫자가 주는 기쁨에 마음은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음날 나는 또 하나의 알람을 받게 되었다. 이번에는 조회수에 대한 알람이었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 네??? 100이 아니고 1,000이라고요?? 5년간 딱 한 번 받아본 숫자의 알람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조회수를 무척이나 의식하게 되었다. 조회수가 1,000을 넘긴 뒤로는 천 단위로 알람이 왔다. 같은 날 조회수는 3,000이 넘었다. 나는 달뜬 마음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다음날 8,000을 넘긴 조회수는 다다음날 10,000을 찍었다. 10,000이라니… 그때부터는 숫자에 대한 감각이 없어진 것 같았다. 나에게는 이 모든 게 ’ 오류‘ 인 것 만 같은 조회수였지만, 기분이 좋긴 좋았다. 10,000을 넘긴 뒤로는 만 단위로 알람이 왔다. 조회수 10,000을 넘긴 그날, 30,000이라는 숫자까지 ‘돌파‘라는 단어와 함께 나에게 알람이 왔다.
나는 어지럽기 시작했다. 자꾸만 드는 생각은 필명을 만들어야 하나? 하는 것이었다. 5년간 절대 시댁 얘기는 쓰지 않았었는데, 딱 한 번 시댁을 언급했던 글이 이렇게 조회수가 폭발하니, 시댁 식구 중 누가 읽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우스웠다. 조회수가 3만이 넘는다고 갑자기 유명해지는 것도 아닌데 필명이라니. (가소롭군 훗ㅋ) 게다가 조회수가 만을 넘던, 3만을 넘던 내가 갑자기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조회수가 3만을 넘어도 100원 한 푼 못 번다. 고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 이 마음은 무어란 말인가.
글을 쓴다는 것은(일기를 쓴다는 것은) 이제 정말 나의 삶의 중요한 ’ 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즉, 내가 마음을 많이 쓰는 일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 일이 (공적인 공간에 올리는 글이긴 했지만) 적당한 무관심 속에서 내 맘대로 내가 편한 대로 했던 일이었다. (잘할 필요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뜬금없는 관심에, 갑자기 내 글쓰기가 제법 공적인 자리로 나아간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었는데, 그 글 안에서 ’ 나는 온전한 나였는가, 최선을 다한 글이었나 ‘에 대해서 자꾸만 반문해 보게 되는 것이었다. 그건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였다. 이렇게 관심을 받았으니 또 얼른 글을 올려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은 있는데, 무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갑자기 미궁에 빠진 느낌이었다. 이렇게 별 내용 없는, 교훈도 없고 재미도 없고, 오직 나에게만 의미 있는 글을 써도 되는가. 그런 글을 3만 명이 읽어도 되는가. 아니, 3만 명이 또 읽어줄 것인가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느라 글 쓰는 일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나는 그 글에 대한 다른 알람을 받지 못했다. 총조회수는 38,000이 넘었다. 나는 아직도 왜 유독 그 글이 그렇게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일 수 있다. 나도 그것이 그저 ‘우연’이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내 글이 타인에게 가 닿았다는 그 사실을 결과라 한다면) 꽤나 달콤한 일이었다. 그동안은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했었다. 그래야만 했다. 과정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으로 즐거워했는데, 어떠한 결과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나는 한순간에 과정의 즐거움을 잊었다. 누군가에게 가 닿지 못할 글을 쓰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에 제법 인이 배겼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 (누군가 들들들에게)가 닿았다고 생각하니 짜릿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꿈이 현실을 바꾸지는 못해도, 내가 그 꿈을 꾼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현실의 나는 어떠해야 하는가. 내 글이 누군가에게 가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되, 그 글 안에서의 나도 잃지 말 것! 다시 ‘쓰기’라는 행위로 돌아오자. 그것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행위임에 분명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