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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이런고야 (16)

우산

by 최병석

우산이 널렸다. 내리는 비의 양도 많다. 잃어버린 생각도 부지기수다. 편의점도 덩달아 신이 난다. 우산이 없어 쪼그리고 앉아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고 질질 짜는 일은 이제

없을 일이다.


언제부턴가 집구석에 우산이 제 식구를 늘렸다

찢어진 우산도 아닌데

한결같이 멀뚱 해서 표면에 살이 올랐다

이러다 비라도 맞으면

피둥거리는 살 마저 두껍게 쓸려 나갈 처지다

대체

저 근본없는 식구들은 뉘뇨?

"에이,아빠 쟤네들은 극한호우지방 얘들 이잖아"

"살아남기 위해서 알을 깐거라구요"


아빠가 보기엔

편의점에서 애타게 주인 찾던 바로 그 놈

극한호우타고

예까지 들어와 식구를 늘렸다


"얘야! 저러다 우산이 아닌 파라솔 되겠다"

어릴적 쏟아지는 빗 속에서

당췌 오지않던 엄마가

파라솔을 양 손에 들고 걸어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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