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우산이 널렸다. 내리는 비의 양도 많다. 잃어버린 생각도 부지기수다. 편의점도 덩달아 신이 난다. 우산이 없어 쪼그리고 앉아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고 질질 짜는 일은 이제
없을 일이다.
언제부턴가 집구석에 우산이 제 식구를 늘렸다
찢어진 우산도 아닌데
한결같이 멀뚱 해서 표면에 살이 올랐다
이러다 비라도 맞으면
피둥거리는 살 마저 두껍게 쓸려 나갈 처지다
대체
저 근본없는 식구들은 뉘뇨?
"에이,아빠 쟤네들은 극한호우지방 얘들 이잖아"
"살아남기 위해서 알을 깐거라구요"
아빠가 보기엔
편의점에서 애타게 주인 찾던 바로 그 놈
극한호우타고
예까지 들어와 식구를 늘렸다
"얘야! 저러다 우산이 아닌 파라솔 되겠다"
어릴적 쏟아지는 빗 속에서
당췌 오지않던 엄마가
파라솔을 양 손에 들고 걸어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