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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있는 고야 (12)

굿바이 아버지

by 최병석

늦었지만 안녕을 고하기로 했다


천정에 매달린 굴비에

뱃속에 들어있는 허한 소리가

들끓는 팬심으로 성원을 보내고

밥주발의 달그락 소리가

아버지의 불광 구두에 부딪혔다


매끈한 양복정장에 중절모

길게 손을 뻗은 지팡이에

당신의 체면만 걸려있었다

구겨진 자존심을

양복의 주름을 펼쳐내듯

다리미의 손처럼 바쁘기만 했다


당신을 좋아해서

따라나온 식구들은 아닐진대

집에 있어야 할 책임감은

늘상 전국의 여행지로 떠돌기만 하였다


뿔뿔이 흩어져

숨쉬기도 버거운 가족들

따뜻한 사랑보다

솜바지의 두터움이 더 좋았기에


아버지의

아버지에 의한

아버지를 위한 드라마의 기억을 지우기로 했다


버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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