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물섬>, <언더커버 하이스쿨>
sbs와 mbc가 지난 2월 21일 두 편의 신작 금토 드라마로 맞불을 놓았다. 현재 스코아는 sbs <보물섬>이 10.2%, mbc <언더 커버 하이스쿨>이 8.3%로 sbs의 <보물섬>이 앞서고 있지만 그리 크지 않은 차이일 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공중파 시청률이 '가뭄'인 시절에 동시간대 두 프로그램이 모두 8~10 %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어느 드라마가 낫다 할 것 없이 '윈윈'인 상황이라 하겠다.
▲ 보물섬 © sbs
▲ 언더커버 하이스쿨 © mbc
그런데 <보물섬>과 <언더 커버 하이스쿨>은 공교롭게도 공통점이 많다. 우선은 두 드라마 모두 남자 주인공 원 톱의 드라마이다. sbs <보물섬>의 전작은 장안의 화제였던 <나의 완벽한 비서>였다. mbc <언더 커버 하이스쿨>의 전작은 <모텔 캘리포니아>였다. 두 드라마 지고지순한 여주인공 바라기의 남자 주인공을 배치하여 이 시대의 순애보를 그려냈다. 여기서도 승자는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두 말 할 것도 없이 <나의 완벽한 비서>였다. 그렇게 러브 스토리에 이어 sbs와 mbc는 남주 원톱의 장르물로 다시 한번 서로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sbs의 <보물섬>을 이끄는 건 박형식, 그가 맡은 서동주는 출생의 비밀을 품은 인물이다. 잘생김은 물론, 자신을 덮친 괴한 한 명쯤은 거뜬히 때려눕힐 '무력'도 탑재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번 보면 다 기억하는 '포토메모리' 기억력에 고차원 수학을 암산으로 풀어내는 먼치킨 캐릭터이다. 단지 그에게 없는 것이 있다면 '집안'과 '권력'이다.
mbc <언더 커버 하이 스쿨>의 주인공은 군복무를 마치고 귀환한 서강준이다. 실물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욕이 나온다는 화제의 주인공 중 하나이기에 '잘생김'은 기본 탑재 코드이다. 그가 분한 장해성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의문의 실종으로 잃은 처지 아버지의 후배 안석호의 집에서 자라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정원 요원이 되었다. 그러니 적을 제압하는 '무력' 은 역시나 기본적 능력에 속한다. 게다가 국정원 요원답게 심리전과 협상에 뛰어나 상황 대처에 능하다는데.
▲ 보물섬 © sbs
그런데 두 능력자 <보물섬>의 서동주와 <언더 커버 하이스쿨>의 장해성 모두 '보물'을 찾아 나선다.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보물'에 대한 지향을 내세운 드라마 <보물섬>, 하지만 막상 드라마에서 '보물섬'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보물섬이란 무엇일까?
예전에 읽었던 명작 <보물섬>을 비롯하여 여러 작품에 등장한 보물섬은 예전에 누군가 보물을 어딘가에 숨겨 놓았고, 그 보물에 대한 지도를 손에 넣은 또 다른 누군가가 그곳을 찾아낸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 대한민국에서 보물섬이란 무엇이 될까? 바로 대기업의 비자금이다. 서동주는 예의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대산 그룹 차강천 회장(우현 분)의 눈에 든다. 그리고 정부의 에너지사업 특별 예산을 빼돌려 2조원의 비자금을 만들었다. 하지만 마치 피라밋을 만든 이를 함께 순장하듯 서동주는 제거되었다.
하지만 서동주가 어디 보통의 회사원이었는가 말이다. '살고싶다'며 비선 실세 염장선(허준호 분)을 찾아간 날 해킹 프로그램으로 그 비자금을 자신만이 아는 곳으로 빼돌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서동주의 제거를 명령받고, 차강천의 맏사위 허일도(이해영 분)는 자신의 손으로 그를 죽였다.
죽이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비자금이 감쪽같이 사라진 줄 알게 된 염장선, 그런 그의 앞에 서동주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를 어째, 서동주는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그만 기억을 잃은 것이다. <보물섬>의 보물섬은 비자금인 동시에, 그 비자금을 감쪽같이 숨긴 서동주의 잃어버린 기억이 되고 만다. 즉 보물섬은 서동주 자신이다.
한때 대산가의 키맨으로 활약하며 서동주는 딸이 둘 밖에 없는 대산가의 일원이 되어 자신의 야망을 달성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앞에 나타난 사실을 대산가의 일원이었지만 신분을 숨겼던 여은남(홍화연 분)을 사랑하게 되면서 야망 대신 사랑을 선택한 바 있다. 이제 드라마 속 모두는 그 비자금을 향해 달려간다. 서동주 자신도 다르지 않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그리고 그 잃어버린 기억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잃어버린 상흔을 찾아서, 서동주는 진짜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 나서게 된다.
▲ 언더커버 하이스쿨 © mbc
<보물섬>의 보물이 우의적이고 상징적인 반면, <언더 커버 스쿨>의 보물은 말 그대로 보물이다.
작전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금동 반가사유상의 손목을 뿌러뜨려버린 장해성(사실 그 불상은 위조품이었다), 그로 인해 국정원에서 쫓겨날 처지에 원치 않는 임무가 맡겨진다. 진짜 고종 황제의 금괴를 찾는 것이다.
금괴는 고종 황제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숨겨진 친일파 서병문(김의성 분)이 자신이 만든 병문고등학교의 '모처'에 숨겨놓았던 것. 그런데 정작 현재 병문고 이사장인 서명주(김신록 분)조차 어디에 숨겨져 있는 지 모를 정도로 그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국정원은 장해성을 병문고등학교의 학생으로 위장, 즉 '언더커버 스쿨' 작전을 펼치게 된 것이다. 병문고에 전학한 날 정해성의 눈에 들어온 건 자물쇠로 굳게 잠긴 구관 건물이다. 당연히 국정원 요원 정해성의 촉각은 그곳으로 향하는데.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게 있었으니 다름 아닌 '고등학생'이라는 그의 신분이다. 더구나 병문 고등학교는 겉으로 드러난 건 명문고이지만 사실 부모의 재산과 지위에 따른 신분제 사회와도 같은 곳, 그 정글과도 같은 고등학교 생활이 '보물'을 찾아야 하는 국정원 요원의 임무를 녹록치 않게 만드는 것이다.
sbs의 <보물섬>이 그룹의 비자금과 후계, 그를 둘러싼 치열한 쟁투라는 기존의 장르물의 구성에 기억상실의 서동주라는 변주를 더한 정통극의 형태라면,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설정에서부터 고등학교로 간 국정원 요원이라는 신선한 서사에 코믹 한 스푼을 더해 진지한 보물 찾기를 경쾌하게 진행하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편한 드라마이다. 서동주 역의 박형식, 정해성 역의 서강준 모두 자신만의 캐릭터를 잘 만들어 가고 있다. 굳이 누가 낫다 할 것 없이 그 자체로 드라마로서의 흡인 요소를 두 편 모두 가지고 있지만, 과연 시청률과 화제성이라는 보물은 누가 거머쥘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