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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케어는 어때요?

- <60대는 구직중 11화>

by 톺아보기

고마워요."

아직 인지가 있으신 어르신들은 기저귀를 갈아드리면 인사를 해주시곤 한다. 잘 했다며 박수를 쳐주시기도 한다. 혹은 매일, 하루 몇 번이고 반복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면구스러워 하시면서 '미안하다' 거나, 때론 '내가 얼른 죽어야지' 라고도 하신다.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나, 이제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은 어떠냐고, 혹은 힘들지 않냐고 묻곤 한다. 그런 질문의 행간에 숨은 뜻은 사실 기저귀 케어를 할 만 한가 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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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기저귀 케어 © 핀터레스트


기저귀 가는 거 힘들지 않나요?

늘상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해주시는 어르신이 하루는, '힘들어서 어떡해' 라며 덧붙이신다.

"뭐가요? 어르신~"

"기저귀 갈아주는 거"

"뭘요,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그래두 ........."

"어르신도 애들 어릴 적에 똥 싸고 오줌 싸고 그러면 기저귀 갈아주셨잖아요."

"그래두 애들이랑 나같은 노인네랑 같은가."

"뭐가 달라요. 어르신들도 나이 들면 애기랑 같아진다잖아요. 아기처럼 된 어르신들을 예전 얘들 보살펴 주듯 하는 건데요."

뭔가 어불성설인 듯했지만, 애기처럼 되셔서 케어를 해드린다는 저 말에 어르신은 한결 위안이 되신 듯하다.

요양보호사를 따겠다고 마음 먹었으면서도 요양원에 가겠다는 생각을 안 했던 나는 실습을 나가서도 기저귀 케어를 대충대충 했다. 한 두번 '주마간산(走馬看山세세한 것에 주목하지 못하고 겉만 훑어보는 모습)' 격으로 지켜보고는 애써 배우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요양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내심 걱정되었던 것이 기저귀 케어였다.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주간 근무를 기준으로 봤을 때 기저귀 케어는 세 차례 정도 진행된다. 물론 첫 생활실부터 일일이 확인하는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고, 중간 중간 어르신들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수시로 갈아드린다. 앞서 '고맙습니다' 라고 꼬박꼬박 인사를 해주시는 어르신은 반듯하게 인사를 해주시는 성품과 다르게 하루 종일 우리를 기저귀 케어의 늪에 빠뜨리시는 분 중 하나이시다.


치매가 진행되면 가장 먼저 소실되는 것 중 하나가 단기 기억이다. 방금 전 내가 무엇을 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흔히 치매와 관련되어 미디어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 '밥'과 관련된 것이다. 식사를 하시고 나 밥 먹었냐고 묻는 어르신들이 많다. 그래도 좀 나은 편이라면 점심 먹었냐고 확인하시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끼니를 잊으시는 정도이니 다른 건 오죽할까. 옆에 물이 있으면 방금 드시고도 또 한 컵을 벌컥벌컥 다 드신다. 양치 컵이 있으면 방금 양치를 하고 뒤돌아 서서, 또 양치를 하는 건 비일비재하다.


방금 물을 드시고도 또 한 컵을 다 들이키시니 소변이 계속 나오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그래서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돌아서면 또 부르신다. '선생님~',


그래도 생각해보면 기저귀가 젖었다고, 그래서 갈아달라 말씀하실 수 있을 정도면 양호하신 상태일 수 있다. 거기서 더 진행이 되면 대변을 보시고 그게 뭘까 하고 만지시는 경우도 있고, 그저 그 상태를 견딜 수 없어 말씀도 없이 기저귀를 벗어 내팽개치시는 해프닝을 만드시기도 한다. 장이 약해진 어르신들은 설사도 자주 하신다. 그런 분들을 보면 예전 모유가 맞지 않아 하루 대 여섯 번씩 좁쌀 같은 변을 보던 우리 아이가 떠오르곤 한다. 덩치가 크고, 쭈굴쭈굴 해졌을 뿐, 어르신들은 점점 무방비한 아기가 되어간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는 '세상에 그런 일이!' 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초짜 요양보호사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러저러한 기저귀 케어와 관련된 제반의 과정들이 요양보호사 일 중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one of them


8시간의 근무 중 한 과정으로 기저귀 케어도 하는 것이다. 다양한 노인성 질환을 겪으시며 하루를 보내시는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일이 요양보호사의 업무라면 그 중에 기저귀 케어도 들어가는 것이다. 어르신에게 말씀 드렸듯이 아이를 키워 본 사람들에게 '선경험'의 유리한 점이 있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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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기저귀 교체 © 시니어 토탈케어


계절이 바뀌고 기미가 도드라져 보이면 귀신같이 문자가 온다. 모 피부과에서 이벤트를 하는데 기미 제거 레이저 시술을 대폭 할인해 준다는 것이다. 이게 웬 떡이냐 하는 마음으로 그런 곳을 가보면 마치 공장과도 같다. 환자들은 얼굴에 마취크림을 바르고 대기실에 줄줄이 앉아있는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나란히 붙어있는 방 중 한 곳으로 들어간다. 간호사가 이런저런 주의 사항과 준비를 마치고 나면 의사 선생님이 들어와 레이저로 몇 분 동안 얼굴 이곳저곳을 쏘아준다. 그 시간 동안 의사 선생님과 내가 나눈 대화는 거의 없다. 그저 '따가우신가요?', '괜찮아요' 정도이다. 당연히 환한 불빛 아래 누운 나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의사 선생님과 눈조차 맞출 수 없다.


그런 경험을 나중에 아이들에게 전했는데, 아이들은 외려 나에게 면박을 줬다. 제 아무리 단순 반복적 시술을 한다 하더라도, 그 피부과 의사 선생님들이 대한민국 수입 1위로,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실제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다, 그들이 지닌 사회적 포지션과 벌어 들이는 수입의 정도로 평가되는 경우가 더 많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사회적 귀천으로 직업을 분류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그 귀천의 스펙트럼 안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디일까. 요양보호사들의 경우에는 의사 선생님들과 달리, 최저 임금에, 어르신들 기저귀나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지 않을까.


전에 데이케어 실습을 나가서도 느꼈었고, 이제 요양원에서 일을 하며 체감하는 것이지만, 데이케어든, 혹은 요양 시설이든 그곳에 계신 어르신들을 보면, 이런 곳이 있어서 참 다행이구나란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이런 곳들이 없었다면 고스란히 이 어르신들에 대한 케어가 각각의 가정과 가족 개개인들에게 돌아갔을 텐데, 그 부담이 참 컸겠구나 싶은 것이다.


이제는 93세에 돌아가셔도 '호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시절이 되었단다. 70 대의 자녀가 90 대의 부모를 모시는 것이 이제 우리 세대에 닥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아니라, 요람에서 요람까지랄까, 앞서 어르신께 둘러댄 말이 그저 농이 아니듯, 점점 아이처럼, 그것도 온갖 병마에 시달리는 아이에서, 아기가 되어가는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일, 그게 나의, 나와 같은 요양보호사들의 일이다. 그 일 중에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일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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