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怒哀樂_我 : 기쁠 희
요즘 같은 비혼시대에 결혼을 권장하는 이 글이 과연 어울리는 걸까 고민했지만 여하튼 나의 솔직한 마음이므로 일단 쓰기로 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글을 쓰려니 게다가 기쁨을 제일 먼저 떠올리려니 막막 그 자체였다.
오십 줄에 들어선 이 시점에 뒤를 돌아보며 기쁜 일을 떠올리며 손가락을 꼽아보았다. 아기를 임신했을 때, 아이들이 쫑알쫑알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운전했던 어느 날, 아버님이 똥집 튀김 맛있다고 칭찬해 주셨던 저녁 식탁,,, 웬만한 건 다 결혼 후에 있었던 일이었다. 물론 그전에도 기쁜 일은 많았지만 손 뻗으면 만져질 것 같은 생생함은 대부분 남편과 가정을 꾸린 후가 더 확실했다. 아무래도 인생의 주도권이 명확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의무와 책임감이 더해져 부담을 떨치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내 인생의 결과물이니 소중하다 못해 갸륵할 지경이다.
가끔 내가 만약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상상한다. 내 성향상 나름의 성실함과 유쾌함으로 멋있는 골드미스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어느 날 닥쳐온 불행을 이 한 몸으로 몰빵 해야 한다면 과연 넘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싶어 나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쨌든 일어나지 않은 일이므로 자신이 있든 없든 끝을 모를 일이다. 내가 선택한 건 결혼이니까. 둘에서 셋, 넷, 다섯이 되었으니까.
손가락 다섯 개를 쫙 편 모양을 보면 손바닥은 우리의 중심이 되는 집과 같다. 바깥쪽으로 자란 손가락은 각각의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가족처럼 보인다. 길이도 두께도 생김새도 다른 손가락 식구들은 남편과 나의 결혼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22년이 지났다. 와... 숫자로 셈을 하니 세월이 정말 빠르다. 항상 기뻤던 건 아니지만 가끔 있는 기쁨이 그간의 슬픔과 노여움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지나온 시간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1초도 쉬지 않고 바로 대답할 수 있다. 강력 추천한다고. 하지만 반드시 단서는 달아야겠다. 다 좋은 건 아니라고. '소중하다 못해 갸륵하다'는 표현이 몸과 마음에 아로새겨질 정도로 아프고 속상한 일도 반드시 있다고. 단서에 다른 전제를 깐다면 혼자라고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껄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대화를 마무리할 것이다.
50년 전에 내가 응애~ 하고 태어났을 때 나의 엄마와 아빠도 둘이 손을 잡고 드디어 시작이라는 걸 체감했을 것이다. 친정 부모님이 나에게 결혼을 권했던 건 정말 잘하신 일이다. 지지고 볶느니 차라리 혼자 살라고 한 적도 있었지만 그들의 결론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이왕이면 둘이 손잡고 출발하는 것이 좀 더 나을 거라고 했다. 22년을 돌아보니 모두가 옳았다.
요즘 나오는 결혼에 대한 통계를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결혼을 하지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해도 각자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내가 지나온 기혼자의 삶과는 너무나 다른 양상이다. 참고 견디는 미덕을 강조했다가는 꼰대로 분류되어 찬밥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하기는 결혼을 권유한다는 것부터 벌써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의 기쁨은 결혼으로 더 깊어지고 다양해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결혼 때문에 슬픔과 고뇌 또한 비례하여 늘었다는 것도 고백한다. 그런데도 결혼을 추천하냐고? 물론이다. 22년 결혼 생활 동안 수많은 기쁨들이 있었으며 그로 인하여 나는 성장했으니까.
단, 다시 하라고 하면 조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할 것이다.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