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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배 찾기

喜怒哀樂_我 : 즐거울 락

by 미칼라책방

상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을 누른 후 옆벽에 있는 거울을 보았는데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라는 글을 읽고 피식 웃음이 났다. 말장난 같지만 어쩌면 진짜일 수도 있을 거라는 믿음에 웃음부터 나왔던 걸까.


즐거울 때가 언제인지, 나는 무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추구하는 즐거움이 뭔지 한참을 생각했다. 딱히 찾은 건 없어도 떠올리는 과정만으로도 좋았다. 생각난 것 대부분은 생활의 잔잔한 기쁨들이었다. 아이가 색종이 꽃을 선물한 날, 사회초년생으로 입사에 성공했던 것, 신혼여행으로 전국일주 했던 추억 등으로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따뜻한 과거의 조각들이었다.


엄청 크고 강력한 즐거움은 없었을까?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있을 어떤 일이 나를 그 경지에 이르게 할까? 로또 1등이 당첨된다면? 아이가 서울대 합격한다면? 내 책이 날개를 달고 팔리면 즐거울까? 과거의 즐거움을 상상할 때보다 더 크게 웃었다. 껄껄. 우선 나는 로또를 사지 않으므로 당첨될 확률이 0%이다. 아이가 서울대 아니라 그냥 대학만 가도 좋겠다. 그리고 그건 아이의 인생이지 내 인생이 아니므로 즐거움의 주체가 다르다. 마지막으로 내 책이 날개 달린 듯이 팔린다면 좋겠지만 팔리는 부수만큼 나의 부끄러움은 커질 것이다. 너무 부끄러워서 나는 이경혜가 아니라고 할 것 같다. 이굥혜쯤으로 변신하는 건 어떨까? 작가라는 타이틀이 아직은 어색하고 면구하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요즘 안 즐거운가? 아니!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살고 있다. 운동 덕분에. 내 운동의 시작은 수영이었다. 7살 때 수영장에서 죽을 뻔한 뒤로 물이라면 질색을 했는데 40대 후반에 들어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물에 뜨는 것부터 난관이었고 그 뒤의 배움은 더디고 더뎠지만 근력운동을 병행하면서 수영이 조금씩 나아졌다. 수영을 위해 시작한 피트니스는 이제 수영보다 더 재미있고 중요해졌다. 기구 운동은 내 근육 가닥을 쓰다듬는 기분이며, 내 몸을 더 자세하게 관찰하며 애정이 깊어졌으며, 신체 가동 범위를 넓히면서 내 존재감도 함께 자리 잡는 것 같다. 무엇보다 땀을 흘리고 나면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역시 몸을 움직여야 머리가 정리된다면서 운동 찬양론자가 되었다. 종목을 늘리는 재미도 쏠쏠하고, 운동 친구들에게 중량을 늘리며 뽐내는 맛이 아주 좋다.


"나는 오늘부터 등운동 시작이야."

"원래 했었잖아?"

"등을 집중적으로 더 할 거야."

"그래?"

"너도?"

"좋지. 나는 광배를 찾을게."

"나는 등 근육 전체."


이 친구와 나는 서로 사진을 교환하며 등근육과 광배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눈다. 어떤 기구로 몇 세트 했는지, 그립을 어떻게 잡았는지, 어느 부위가 자극되는지... 사소한 것까지 공유하며 마지막에는 상대의 근육을 칭찬하고 응원도 잊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광배를 찾아 렛풀다운과 팩덱플라이를 당기고 밀며 웃었다. 웃어서 행복한 것뿐만 아니라 운동도 더 잘 되는 즐거움 속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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