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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야? 아니야?

喜怒哀樂_我 : 나 아

by 미칼라책방

지천명(知天命)을 지나면서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그걸 알아내려면 우선 내가 누구인지 명확해야 했다. 그래서 여태까지의 삶을 희노애락으로 나누어 보려고 애썼으나 실패다.


(희) 결혼이 인생 기쁨의 시작이라고 했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고,

(노) 비장할수록 낭패 보는 걸 알면서도 툭하면 마음 속 칼을 갈고,

(애) 나를 잃어 슬프다면서 누군가 내 나이를 물으면 몇 살이더라... 기억을 못 하며,

(락) 체육관 거울 앞에서 덤벨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혼자 배시시 웃는... 약간 정신이 나간 사람이다.


'잃어버린 광배를 찾습니다' 광고 문구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체육관 거울에 수시로 등을 비추며 근육을 찾는다. 등 근육이 온전하게 보일 리가 없다. 빨래 짜듯이 허리를 비틀어야 한쪽 광배만 보일랑 말랑이다. 그 순간 함께 체육관에 있던 누군가는 나를 보고 '쟤, 뭐 하는 거야?' 할 게 뻔하다. 흐억 흐억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덤벨을 들다가 일순간 거울 앞에서 트위스트를 추고 있으니 말이다. 내 모습을 상상하니 새삼스레 웃기다. 껄껄. 심지어 나는 운동혐오자였다는 건 비밀이다.


비밀로 부쳐두고 싶은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여행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면서 여행에세이를 썼으며, 내향적이라면서 매일 아침마다 공개된 블로그에 새벽일기를업뎃한다. 벌레는 질색팔색을 하면서도 화초를 포기 못한다. 꺄... 소리를 지르면서 분갈이를 하는 나는 이런 모습이 진짜인지 저런 모습이 진짜인지 모르겠다. 인생을 돌아봤을 때 일관성도 없고 철학도 부족한, 가끔 지랄 맞기까지 한 시간이었다. 그 순간들이 모여 내가 되었다. 어느 것인 기인지 아닌지 따질 겨를도 없이 오십 살이 넘어버린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아니 무사히 오십을 넘겨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면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게 나다.


이런 나 혹은 저런 나를 따따부따 가려 무엇이 달라지는가?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모순이다. 모든 것이 나였고, 내 정신이었기 때문이다. 기억 이편에 있든 저편에 있든 전체가 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이렇게 활자로 남기며 다시금 다짐한다. 기쁠 때건 슬플 때건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나 자신을 잘 데리고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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