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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DA Sep 20. 2024

연애프로그램에 나오신 Y님께.

저도 그렇게 살아야하는줄 알았어요.

Y님, 안녕하세요. 연애프로그램 나오시는 것 잘 보고 있습니다. 주변의 권유로 처음 본 프로그램이었는데 꽤 재미있더라구요. 연애가 하고 싶은 남녀 출연자들이 나와 꽁냥꽁냥 서로를 탐색하며 즐기는 시간을 몰래 지켜보는 것도 즐거웠고, 출연하신 분들의 지나온 삶을 상상하는 경험도 흥미로웠어요. 그러다 Y님의 자기소개를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잘 봅니다. 그걸 보고 배워서 늘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저랑 생각이 완전 똑같으세요. 저도 항상 좋은 사람, 멋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며 살았어요. 어떤 사람에게든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을 보려고 노력하며 지내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Y님의 자기소개를 보고 슬펐어요. 


저는 요새 우울해요. 둘째를 100일간 키우면서, 다들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데 저만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 이 들거든요.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나 운동은 커녕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 제 모습이 너무 싫어요. 그렇다고 아이를 정성들여 키우고 있는 것도 아닌것 같아요. 둘째가 순둥이인데도 자꾸만 눕혀놓고 핸드폰을 보게 되고, 첫째 하원시간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참 이상하죠.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말이예요.


그렇지만 모든 사실을 직시하고 있지만 결코 움직이지도 않는 의지 부족이 제일 스트레스예요. 무언가 하긴 해야하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서 속상한 기분을 Y님은 잘 아실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Y님이 짠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동경했던 삶을 똑같이 사시는 분을 보며 왜 짠하게 느꼈을까. 매순간 자신을 채찍질하며 노력해온 제 30여년의 삶이 너무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것 같아요. 


사실 누군가 저에게 노트 하나 펴고 매년 어떤 일을 해왔는지 쓰라고 하면 줄줄 쓸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저는 그 시간들 속에서 왜 늘 뭔가를 하지 않는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왔을까요. 한번에 한가지만 해도 충분하고, 뭔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왜 그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까요.


내려놓음. 말은 참 심플하고 좋지만 저한테는 실천하기가 제일 어려운 말 중 하나인것 같아요. 그냥 저에게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래도 괜찮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고싶어요. 뭔가를 이루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안도와 평온이 필요한 시기인가봐요.


Y님에게도 그런 쉼표가 조금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보다 인생을 오래사신 선배님이시지만,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조금의 애정을 보내봅니다. 저 화이팅할게요! Y님도 언제나 평온한 하루하루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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