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누구나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깨끗한 환경, 불확실성보다 안전과 신뢰가 기반이 되는 사회, 기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세상,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그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미래는 우리의 꿈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을 감내하느냐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내'라는 오래된 덕목이 있다.
우리는 지금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정보가 눈앞에 펼쳐지고, 상품은 주문한 다음날 도착한다. 그러나 인간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는 단박에 해결되지 않는다.
기후 위기, 저출산, 고령화, 청년 세대의 불안정한 삶, 민주주의의 위기, 교육의 방향 등은 하루아침에 답이 나오지 않으며, 당장의 불편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결코 개선될 수 없는 과제들이다.
예컨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 생태계 복원은 과학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소비를 줄이고, 불편을 감수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의 문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며,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그 모든 선택은 '지금' 불편하고 '지금' 손해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인내와 실천이야말로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입시결과나 성적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아이들이 넘어지고 실패하는 시간을 충분히 기다려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경쟁보다는 협력, 암기보다는 사고와 토론을 중시하는 교육은 시간이 걸린다. 당장의 성과보다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부모와 교사의 인내가 필요하다.
정치와 정책의 영역에서도 인내는 반드시 필요한 가치이다. 단기 성과와 인기 몰이에 급급한 정책은 장기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구조 개혁은 항상 아프다. 그러나 그 고통을 회피하면 결국 더 큰 위기로 뒤돌아온다. 공동체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정치란, 때로는 국민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유권자 역시 그 기다림을 감내할 수 있는 민주적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빠른 수익을 좇기보다, 윤리와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경영이 단기적으로는 손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브랜드의 신뢰를 높이고, 결국 더 큰 시장과 기회를 가져온다. 미래를 생각하는 경영이란 결국 '지금'을 참아내는 경영이다.
우리는 종종 '인내'를 수동적인 덕목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인내는 능동적인 선택이다. 무엇을 위해 지금을 견디는가, 어떤 가치와 비전을 위해 지금 불편함을 받아들이는가? 이것이야말로 인간다운 사고이고 태도이다.
미래는 우리가 설계하고 쌓아 올리는 결과이다. 빠르게 사라지는 편리함과 달리, 인내의 시간은 미래를 위한 기반이 된다.
지금의 고통을 "견디는 이유"를 분명히 할 때, 인내는 견딜 만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모아진 수많은 오늘의 인내는 결국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현실로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