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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시간 인지 능력"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젊을 때는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듯하다.


이 익숙한 체감의 변화는 단순한 심리가 아니라, 뇌의 시간 인지 방식이 나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과 청년기의 하루는 '처음'으로 가득하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관계, 새로운 감정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뇌는 이를 처리하기 위해 활발하게 작동한다.


이때 뇌는 많은 자극을 세밀하게 기록하므로 같은 하루라도 기억의 밀도가 높아지고,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수록 일상은 반복되고 익숙해진다. 익숙한 자극은 뇌에게 더 이상 새롭지 않기에, 뇌는 이를 최소한으로만 처리하며 많은 순간을 '요약'해 저장한다.


이 과정에서 기억되지 않은 시간들은 체감 속도에서 사라지고, 남아 있는 시간만 빠르게 이어 붙여진다. 우리가 "벌써 1년이 지났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 생물학적 변화도 영향을 준다. 나이가 들면 신경 전달 속도가 느려지고 감각의 민감도도 낮아진다.


뇌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강도가 줄어들며, 같은 사건이라도 덜 생생하게, 덜 깊게 인식된다. 결국 시간의 속도는 변하지 않지만, 시간을 해석하는 뇌의 리듬이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느린 시간"을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있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고, 익숙한 일상의 패턴을 조금 따돌리고, 감각을 다시 깨우는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여행이든 작은 취미든, 기존의 감각을 벗어난 자극은 뇌에 다시 "길게 기억될 순간"을 만들어 준다. 결국 시간의 체감은 우리가 얼마나 새롭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시간은 결코 줄어들지도, 빨라지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뇌가 그것을 길게 혹은 짧게 기록할 뿐이다.


그리고 그 시간의 길이는,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다시 조정할 수 있다.


해서, 2025년 마지막 달은 일상의 익숙함으로부터 잠시 일탈해서 시간의 체감 속도를 조금 늦춰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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