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 스토리' 팝업 레스토랑이 생긴다면

나의 상상 나래

by 서진


1년의 방황을 끝장내고 돌아온 ‘브런치 스토리’, 여전히 이야기라는 가니쉬로 정감 있고, 맛있고, 행복하고, 풋풋하고, 그리운 음식이 있더군요.


요렇게 씩씩함과 아름다움이 가득 담긴 음식이 가득 담긴 브런치 스토리 냉장고에서 한 접시, 두 접시, 세 접시 꺼내 식탁을 차리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워낙 글재주가 없어 브런치 스토리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보고 또 읽어보며 제 스승님으로 모시고 있지요.

그중 가장 많이 찾는 워드가 요리와 요리 이야기입니다.

먹는 일을 즐기고 업으로 삼다 보니 가장 관심인 분야라 많은 시간을 요리 부분에서 머뭅니다. 거기다 먹음직한 음식 사진과 올라온 작품을 만나면 바로 들어가 읽어보지요.

정말 많은 음식들과 요리들이 즐비한 브런치 스토리입니다.


지금, 이 순간 브런치 스토리를 열어보면~

먹음직스러운 중국식 꽈배기 유타오가 보이는 작품.

감자 부침개가 피자가 된 사연을 다시 읽으며 침을 흘리고 있고요.

설탕이 들어가면 어떤가요. 꼭 설탕이 들어가야 음식엔 넣어줘야죠.라고 중얼거리며 읽어본 ‘설탕이라는 피치 못할 선택’이 여전히 맛나지 않으면 이상할 장아찌 사진과 함께 있네요.

'초빼이 작가'이 올려놓은 영롱한 멍게, 해삼, 개불, 전복 그리고 소라 모둠회 사진은 당장 통영에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킵니다.

저래 부지런한 자취생이 있단 말인가 싶은 ‘끌로에 작가님의 나는야 배추 도사’.

다시 제주도에 가면 베지근한 맛을 보고 싶은 이야기.


‘주방의 팅커벨 가루, 향신료’라 쓰인 따끈따끈한 ‘수수 작가님’의 작품을 막 읽었고요.


감자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이해가 안 갔던 ‘어머니, 감자전 좀 그만 부쳐요.’를 읽고 부스스 일어나 감자전을 부쳤던 기억이 있던 글이 있네요.

아들 바보 ‘페르세우스 작가님’이 쌍둥이 둥이들을 위해 만든 김밥이 있습니다.

아이쿠, 김 없는 나라 아프리카에서도 김밥을 말아주신 ‘나귀 작가님’도 보입니다.

집들이가 사라져 아쉬워하는 ‘SM 작가님’ 한상 차림.

며느리에게 한국의 깊은 맛을 알려주신 ‘소율 작가님’의 맛깔스러운 음식 그리고 작가님의 손맛을 그대로 닮은 아들의 음식 솜씨.


'헉. 헉.'


아내를 위해 끓인 남편의 사랑 미역국, 저의 소울 푸드이기도 한 떡볶이와 감자전, 찐으로 맛있어 두 그릇도 먹고 싶은 비주얼의 카레.

이 뜨거운 여름, 불 없이도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열거해 주신 ‘이야기 빚는 영양사 작가님’.

좀 쉬어 갈까요?


‘도레미 작가님’의 정갈한 추억의 김밥 만들기.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당근 라페가 들어간 샌드위치.

오호! 제가 좋아하는 가지요리입니다. ‘가지 튀김 덮밥’

그런데 말입니다. ‘가지 튀김 덮밥’에 나오는 그릇과 ‘계란잔치국수’에 나오는 그릇이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이야기겠죠. 그렇습니다. ‘소이마을 작가님’이십니다.

딸을 위한 엄마, 장모님을 생각한 사위 그리고 남편이 고마운 아내의 마음을 품은 ‘성게 미역국’.

후덥지근한 바람이 부는 요즘 당장 한 사발 들이키고 싶은 ‘오이 미역 냉국’.

흥미로운 노르웨이식 스튜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읽어 내려갑니다.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 요리입니다.

‘무량화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집밥은 당연히 맛있다는 말을 ‘당연하지!’라고 무조건 받아들일 겁니다.

숨 좀 쉬고 다시 이어갑시다.


열거해 놓은 작가님들의 음식 이야기만 식탁에 차려놓아도 동네잔치는 거뜬하겠지요.


여기에 제가 즐겨 눈으로 맛보는 ‘윤병옥 작가님의 아들에게 주는 쉬운 레시피’처럼 차려주지 못하는 그리움을 담은 정성 어린 요리를 더하고요.

아픈 그리움을 행복했던 기억 속 음식으로 치유하는 ‘요리헌터 작가님’의 안주에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는 ‘글짓고 밥짓는 백웅재 작가님’의 따뜻한 우리 밥과 음식 그리고 술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지요.

거기다 알콩달콩 사랑만 담아 한 사람을 위한 요리를 준비하는 ‘퉁퉁고팅 작가님’의 사랑 요리까지 합세하면 그림 같은 한상이 차려지겠네요.

떡볶이 마니아 ‘SE HO 작가님’의 알쏭달쏭한 떡볶이 속 이야기가 담긴 요리를 더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 스토리 팝업 레스토랑’이 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튀어나온 겁니다.


한 번은 봄을.

한 번은 여름을.

한 번은 가을을.

한 번은 겨울을.


그리고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이냐 비빔 아니면 볶음 국수 한 상, 가지각색 추억과 냉털의 김밥 한 줄, 내가 넣고 싶은 소를 넣은 크고 잘은 만두 한 판, 외국에서 이렇게 먹고살았습니다, 국밥 종류가 이렇게 많았어, 우리 집 집밥 자랑, 요런 건 먹어보셨나 등등 스토리가 있는 음식의 대향연에 사연을 담은 제목을 붙인 요리가 브런치 팝업 레스토랑 메뉴에 들어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번 눈을 감고 상상해 보세요.




앞으로도 브런치 스토리에 올라올 작가님들의 음식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요래 간단한 ‘가지나물’ 봤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