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하는 유럽 여행
파리에서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까지는 차로 3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가볍게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다. 브뤼셀 면적은 161.38km으로 하루 만에도 볼 수 있다. 물론 여유 있게 더 자세히 보고 싶으면 숙박하며 여행하면 좋다. 2017년에 브뤼셀에 여행을 처음 갔고, 이번이 두 번째 브뤼셀 여행이다. 이 외, 브뤼게라는 벨기에의 다른 도시를 이전에 여행했었다. 첫 브뤼셀 여행 때에는 아이가 만 1세라서 유모차에 태워서 다녔다. 자동차로 아기를 안고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자주 휴게소에 내려서 5시간 걸렸던 것 같다.
이번에는 휴게소도 많이 들르지 않아서 4시간 만에 도착했다. 아이가 크면 클수록 함께 여행하는 것이 쉽고 편해진다. 더불어 서로 대화도 하고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도 즐겁다. 아이도 세상을 탐색하며 느끼는 것도 많아진다. 아이는 휴게소 들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장난감을 구경하고, 뽑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휴게소 들리는 것을 기대하며 타고 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브뤼셀은 위쪽에 위치해 있다 보니 파리보다 기온이 낮았다. 심지어 춥기까지 했다. 흐린 날씨에 비까지 부슬부슬 간간히 내려서 더욱 춥게 느껴졌다. 인디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랑드 플라스가 메인이다. 사람이 매우 많았다. 한가운데 꽃 장식이 있었다. 건물 위로 올라가서 꽃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사람이 많은 곳은 위험하다. 그래서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가방을 앞으로 메고, 서로 손을 잡고 다녔다. 파리처럼 벨기에도 치안이 그렇게 썩 좋지는 않다. 벨기에에서 테러 사건도 일어났다.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관광객 빼고 현지인들은 흑인, 아랍인이 많았다. 상점에도 아랍계 사람들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도시가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벨기에의 경제가 많이 침체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빈 상가도 꽤 보였고, 전반적으로 우울했다. 물론 날씨 탓도 한몫했지만, 프랑스에 비교해서 볼 때 그렇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명품 거리가 없다. 대부분의 유럽 대도시에 가면 기본적으로 명품 거리를 볼 수 있는데 이곳은 샤넬, 루이뷔통 매장이 보이지 않았다. 구글 지도에 검색해 보니 브뤼셀 약간 외각 쪽에 명품 매장이 있었다. 대게 명품 매장들은 관광지 중심부에 있는데 특이하다. 전반적으로 관광지 중심부에 있을 만한 매장들이 쉽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물론 명품 매장으로 그 도시의 경제 규모 및 수준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분위기라는 게 있지 않을까.
우리는 먼저 Chez Léon이라는 홍합 전문 레스토랑을 찾았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이곳에서 홍합 요리를 먹었는데, 이번에도 다른 곳 보지 않고 이곳에 왔다. 구관이 명관이라고나 할까.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줄을 조금 섰다가 10분 정도 기다리니 들어갔다. 그때 왔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12세 이하는 무료로 키즈 메뉴를 제공한다고 쓰여있었다. 그때는 아이가 만 1세라서 키즈 메뉴를 못 봤던 것인지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키즈 메뉴가 잘 나왔다. 감자튀김과 닭고기인데 닭고기가 꽤 양이 많고 맛있었다. 나는 너겟 몇 조각 나올 줄 알았는데. 아이는 맛있다면 잘 먹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이렇게 식당에 오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홍합도 맛있었고, 신랑이 주문한 홍합 그라탱도 맛있었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보였다. 단체 관광 온 것인가? 옆 테이블에 혼자 온 손님들도 꽤 보였다. 유명하니까 혼자 여행하다 먹으러 온 듯 보였다.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관광객인 것 같았다. 키즈 메뉴에 디저트까지 나와서 먹고 나니 모두 배가 불렀다.
브뤼셀 골목골목을 걸었다. 기념품 샵이 많아서 마그네틱과 엽서를 구매했다. 마그네틱이 최하 가격이 2유로. 물가를 체감할 수 있다. 파리와 차이가 난다. 와플이 유명해서 Le Roi de Gaufre라는 와플 가게에서 누뗄라 와플과 딸리 누뗄라 와플을 먹었다. 벨기에는 감자튀김, 홍합, 와플, 초콜릿 등이 유명하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식당 및 가게가 많이 있다.
벨기에는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를 사용한다. 공공 표지판에 프랑스어와 독일어 두 개 언어가 늘 함께 표시되어 있다. 식당, 상점 등을 들어가서 말을 할 때, 거의 대부분이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아이는 다른 나라에 오니까 기분이 남달랐는지, 오줌 싸게 소년 및 소녀 동상을 찾기 위해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기 시작했다. 파리에서는 그렇지 않았을 텐데 새롭고 낯선 환경에 놓이니까 마음 자세가 달라졌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길을 헤맬 때마다 아이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다. 엄마 아빠보다 자신이 프랑스어를 더 잘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부모님을 대신해서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자기 효능감이 자라는 시간이다.
이처럼 여행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자기 내면에 있던 에너지와 용기, 도전 의식 등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 때 낯설고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 자아 성장에 도움이 된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융합해서 또 다른 사고와 가치관이 형성되기도 한다.
오줌 싸게 소년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반면 오줌 싸게 소녀는 찾기가 힘들었다. 아이가 길을 물어서 드디어 찾았다. 소녀상 앞에서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었다. 소녀 앞 분수에는 동전이 많이 있었다. 아이는 2가지 소원을 빌었다. 소원 비는 모습이 꽤나 진지했다. 나는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물었고, 아이는 소원은 말하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뤄지면 알려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이뤄져도 말하면 다시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 아이 의견을 존중해 줘야지. 네가 알려주기 싫으면 안 알려줘도 괜찮아. 무슨 소원일지 궁금했지만 그것은 아이만의 비밀이다.
플라잉 타이거라는 매장을 발견했다. 스톡홀름 여행 때 처음 알게 된 이 저가 매장은 디자인과 색상이 예쁘면서 가격은 저렴한 그런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다이소 같은 곳... 물론 나에게는 다이소가 훨씬 좋지만. 북유럽 감성이 물씬 나는 제품도 있고, 저렴한 장난감도 있다. 아이는 스톡홀름에서 만났던 플라잉 타이거를 보자마자 흥분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저것 샀다. 저렴하니까 나도 이것저것 고르게 됐다. 아이는 기분이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3개 구매했기 때문이다.
오후 6시에 브뤼셀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대성당에 들어가 잠시 기도를 드렸다. 가족의 안전과 건강과 평안을 위해…올 때와 마찬가지로 중간중간 휴게소 들려서 약 4시간이 걸려서 파리에 도착했다.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그래도 알찬 하루였다.
유럽은 정말로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책으로 공부하고 온몸으로 느끼는 하루였다. 아이는 벨기에는 어떤 통화를 사용하냐고 물었다. 같은 유로를 사용한다고 했다. 다른 나라이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가깝고, 같은 화폐 단위를 사용하는 유럽... 아이는 오늘 하루 여러 가지를 느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