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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Jan 22. 2016

착하게 살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드는 그곳.

Cafe Loki, 나마프얄흐베리르, 데티포스, 아쿠레이리, Sunset

아이슬란드 여름해가 떠 있는 시간매우 길어 저녁 11시경까지 주변이 환하게 이어진다. 백야(White Night) 현상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 조식을 먹고 출발한 여행은 항상 밤 11시를 넘어 거의 12시까지 이어지곤 했다. 깜깜한 밤을 본 기억이 밤 12시가 넘어 숙소에 돌아오는 때 잠깐 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밤늦게 까지 이어지는 백야 덕분에 레이캬비크에 숙소를 정하고 멀리 북쪽까지 갔다 오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였는지 아이슬란드의 여름 여행은 하루가 25시간처럼 느껴졌다.


이 곳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왔을까?

아이슬란드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Café Loki'


여행의 재미는 많은 체험을 하며 아름다운 것을 보고 여행하는 나라 혹은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는 대자연의 풍경에 홀려 음식은 거의 대충 끼니를 때우는 수준이었다. 이른 아침 출발하여 환한 밤 12시가 넘어 숙소로 들어오다 보니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아 마켓에서 구입한 빵과 음료수, 과일로 차 안이나 숙소에서 끼니를 때우곤 했다.


그래서 한 번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보자고 찾게 된 'Cafe Loki'. 아이슬란드 전통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레이캬비크 숙소 바로 옆에 있어 찾아가기가 쉬웠다. 카페 1층은 차를 마실수 있는 카페이고 2층은 길 건너 할그림스키르캬 교회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창가에 앉아  할그림스키르캬 교회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아이슬란드 전통 음식점 'Cafe Loki' .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가격이 부담되었지만 카페의 메인 음식을 먹기로 결정하였다. 주문 후 식탁에 올려져 있는 접시에는 슬라이스 된 양고기와 아이슬란드 국기가 꽂혀 있는 사각의 노란 각설탕 모양의 상어고기, 버터에 찍어 먹명태포, 그리고 북유럽 나라에서 많이 먹는다는 청어를 절여 만든 '헤링'과 양의 뇌로 만든 젤리가 세팅되어 나왔다.


상어고기는 우리나라의 홍어처럼 톡 하고 쏘는 맛이 있는 쫄깃쫄깃한 식감이고 특이한 것은 양의 뇌로 만든 젤리였다. 일단은 양의 뇌로 만들었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고 먹어보니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맛이 정말 요상하고 이상했다. 전체 음식 중 유일하게 남길뻔한 음식이다. 그리고 버터에 찍어먹는 명태포는 우리가 집에서 먹는 명태포와 다를 게 없다. 이렇게 먹는 이유가 있기는 하겠지만 가격을 생각하니 왠지 조금은 아깝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른 접시들에는 이런 전통 음식들과 아이스크림, 훈제 연어, 감자 샐러드를 조합한 음식들이 멋있게 장식되어 있었다. 가격은 메뉴당 거의 우리 돈으로 2만 원에서 3만 원대의 가격이다.


전체적으로 수산업과 목축업이 발달한 나라답게 그에 맞는 음식들이었고 생각보다 조촐하게 나온 덕분에 포만감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였을까. 숙소에 들어와서는 남아있던 바나나 두 개를 순식간에 먹어 버렸다. 식사가 끝나니 음식들의 특이한 풍미가 걱정되었는지  주인아주머니가 자리로 와 식사가 괜찮았냐고 물어본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니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하였다. 사실 양의 뇌로 만든 젤리는 먹기가 힘들었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는 했지만 아마 주인아주머니도 우리들의 표정에서 그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았을 것이다.


콩과 순무가 올려진 양의 뇌로 만든 젤리는 정말 먹기가 힘들었다. (메뉴명 :Icelandic Plate I)
양고기, 명태포, 훈제연어, 상어고기가 있는 가장 푸짐했던 메뉴. 물론 가격도 제일 비쌌다.(메뉴명 : Icelandic Plate II)
청어를 삭힌 헤링, 달걀과 으깬 감자의 셀러드, 아이스크림이 있던 메뉴(메뉴명 : Icelandic Plate III)


원시의 지구는 이런 모습이었을까?

'나마프얄 흐베리르
(Namafjall Hverir)'


빙하와 폭포의 거대함과 땅에서 솟아오르는 물기둥을 보며 화산의 나라라는 것을 실감 하기에는 아직 일렀던 것일까? 1번 국도를 달려 레이캬비크 북동쪽의 뮈바튼 호수를 지나니 풀 한 포기 나무 한 포기 없이 황토색 흙으로만 덮여 있는 산들이 보인다. '지구가 아닌 생명이 살지 않는 다른 행성에 가면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광경이지만 그 황량한 산들 사이사이를 끼고돌며 선명하게 보이는 자동차 도로는 숨도 쉴 수 없을 것 같은 이름 모를 행성에 생명의 길이 난 것 마냥 아름답고 광활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주변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 행성의 위험을 알리기라도 하듯 하얀 연기가 올라오는 우윳빛 섞인 푸른색의 온천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푸른빛 물색은 화려하게 생긴 독버섯처럼 위험이 없는 것 마냥 고운 빛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블루라곤 온천처럼 몸을 담글 수 있는 온천이 아니다. 물 웅덩이 아래에 'Hot spot'이 올라오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온천이다. 온천 웅덩이 입구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문구와 그림 표시로 무섭게 주의를 주고 있다.


뮈바톤 호수 동쪽의 나무 한포기 없는 황량한 황토색의 산들
이름모를 행성에 생명의 길이 난것 마냥 그 길위로 자동차 들이 달리고 있다.
hot spot이 올라오는 웅덩이
온천 웅덩이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차로 좀 더 달리다 보니 목적지인 '나마프얄 흐베리르(Namafjall Hverir)' 이정표가 보인다.

'나마프얄 흐베리르(Namafjall Hverir)'는 아이슬란드에서 화산 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마프얄 화산의 밑자락에 위치한 곳이다. 이곳은 나쁜 마귀할멈이 세상의 모든 나쁜 약들을 섞어 뜨거운 불에 데워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만든 무서운 독약 같은 뜨거운 머드 팟(Mudpot)이 땅 밑의 화산활동으로 땅위까지 올라오는 곳이다. '머드 팟(Mudpot)'은 화산 지형에 있는 진흙 구덩이라는 말로 땅 밑의 화산 작용에 의한 열로 진흙이 땅위까지 부글부글 끓어 올라오는 웅덩이이다.


이정표를 따라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한 것처럼 주변은 하얀 연기가 올라오고 있고 저절로 코를 막게 하는 난생처음 맡아보는 표현하기 힘든 역한 냄새가 사방을 덮고 있다. 그리고 순간 지금까지 이 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스멀스멀 따라다녔던 유황냄새는 아름다운 향기가 돼버리고 만다.


군데군데 쌓여있는 돌무더기에서는 뜨겁게 달궈진 쇠덩이에 차가운 물을 부 때처럼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며 무언가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난다. 돌무더기 주변에는 가까이 오거나 만지지 말라는 경고의 표시처럼 누런 유황도 보인다.


몇 만 년 전에도 똑같은 느낌의 역한 냄새가 났을 난생처음 보는 풍경에 "생명이 살지 않는 행성에 가면 이런 모습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망대에서 황토색의 황량한 벌판을 바라보니 군데군데 땅 밑에서 하얀 연기가 솟아오르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코를 찌르는 냄새는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원시 지구의 모습이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풍경이다.


군데군데 땅 밑에서는 하얀 연기가 솟아 오르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코를 찌르는 냄새는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하얀 연기와 함께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들리는 돌무더기
머드팟이 땅 위까지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있다.
지하의 열로 수증기가 올라 오는 돌 무더기. 노란색이 무서워 보이기는 처음이다.
쿨렁쿨렁 땅위까지 올라오는 머드팟


거대한 자연의 폭포 앞에선
저 이름 모를 꽃과
그 꽃을 바라보는 인간은
그저 동등한 생명체 일 뿐이다.

'데티포스(Dettifoss)'


아이슬란드에는 폭포가 많다. 빙하와 화산의 지형이 대부분이어서 그런가 보다. 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폭포처럼 생긴 물줄기가 떨어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먼산 등성이에 하얀색 물줄기를 쏟다 부으며 떨어지는 광경은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폭포라 할 수도 있는 아이슬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과, 굴포스와 스코가 포스를 보며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폭포의 기준이 변 할 즈음, 마지막으로 보았던 북동쪽의 거대한 폭포는 그 기준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폭포는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도 나왔으며 세계 10대 폭포에 드는 높이 45m, 폭 100 m, 유량이 초당 50만 리터인 유럽 최대의 폭포인  '데티포스(Dettifoss)'이다.


그동안 내가 생각 했던 폭포는 아이슬란드에서는 흔히 볼수 있었다.


'데티포스(Dettifoss)'는 폭포를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두 곳이다. 동쪽과 서쪽의 두 포인트가 있는데 1번 국도를 타고 동북쪽으로 가다 보면 폭포로 갈 수 있는 길이 두 개로 나누어져 862번과 864번 도로로 나누어지게 된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864번을 타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도상에서 862번처럼 얅게 표시된 도로는 길이 더 험할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지도상에서 도로 표시가 좀 더 굵게 되어 있는 864번을 선택하였다.


데티포스 가는길은 862번과 864번 두개의 도로가 있다.


지도의 굵은 표시를 믿고 선택을 했지만 데티포스로 들어가는 길은 험난 했다. 포장도로가 아닌 비포장 도로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도로는 그 정도가 우리가 생각했던 도로가 아니었다. 방금 누군가 일부러 뿌려 놓은듯한 뾰족한 돌들과 주먹만큼 큰 울퉁불퉁한 돌들이 막무가내로 깔려 있었고, 군데군데 깊게 파인 웅덩이들이 있는 험한 길이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에서는 이런 도로들이 많기 때문에 차를 렌트할 때는 스틱인지 오토 인지의 선택도 해야 하지만, 오프로드용 차를 렌트할 것인지도 고민을 해야 한다. 오프로드용이 아닌 차로 운행하다 오프로드 도로에서 사고가 나거나 렌트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보험 처리를 못 받는다. 이런 사항들은 렌트사 직원들이 렌트 시 꼭 얘기를 해준다. 그래서 사전에 여행할 곳을 정한 후 지도상의 도로를 세심히 검색하여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는 오프로드 차는 멋으로 타는 차가 아닌 듯하다. 정말 필요로 인해서 꼭 있어야만 해서 타는 차인 것이다.


길 입구에는 진입 할수 있는 차량의 종류를 안내한고 있다. 지도상에서 도로 번호 앞에 'F'가 붙으면 오프로드이다.  ( 출처 : www.azimuthaudio.ca)


차가 지나가는 주변에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이 거의 보이않는 비포장길을 행여 타이어가 펑크 날까 싶어 조심조심 30여분을 달려 데티포스의 입구에 도착한다. 가이드 북에 소개된 명성만큼 폭포에서 솟아오른 물안개는 주차장까지 날리며 차량 앞유리를 덮었고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거대한 폭포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초당 50만 리터라고 하는데 도대체 그 양이 얼마일까? 뭐 정말 그러긴 한 걸까?" 생각하며 차 문을 열고 나오니 몇 초전까지의 궁금증은 비처럼 쏟아지는 물보라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지고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폭포의 크기와 물소리 그리고 몸이 날아갈 것 같은 강풍과 바람소리에 놀라고 만다. 엄청남 바람이 부는 유럽 최대의 폭포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은 안전을 위한 가이드 시설 하나 없이 그냥 자연 그대로의 폭로를 보여 주고 있다. 빙하가 녹아 흘러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회색빛의 거대한 물폭탄은 굴포스에서 느꼈던 경이로운 장엄함 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러한 풍경들을 내 마음도 받아들이는 것인지 왠지 마음이 담대해지며 역시 자연은 위대하며 그것들의 이치에 인간은 결코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초당 50만 리터가 떨어지는 데티포스
데티포스를 볼 수 있는 곳은 두 곳이 있다. 엄청나게 떨어지는 폭포 너머로 저멀리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웅장한 데티포스


떨어지는 물의 양과 위력을 느낄수 있다.

폭포 아래에는 큰 협곡인 '조쿨사르글리주푸르' 협곡이 있다. 이 협곡은 수차례에 걸친 대홍수로 형성되었는데 마지막 홍수는 2,500년 전에 있었다고 한다. 이곳도 굴포스처럼 1970년대 발전소를 세우려 했으나 무산이 되었고 지금은 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다.

 

협곡을 지나 저 멀리 흘러나가는 물이 회색이어서 그런지 하늘마저 뿌연 회색빛이다. 그래서 였을까? 폭포 주변에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이 안쓰러워 보인다. “너는 어쩌다 이나라 이 땅 이곳에 뿌리를 내렸니?” 하고 마음속으로 물어보며, “그런 너를 쳐다보고 있는 나는 어쩌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이나라 이 땅에서 너를 바라보고 있는 거니?” 하며 나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 본다. 그러다 보니 이유모를 깨달음처럼 문득 거대한 자연 앞에 있는 이 순간만큼은 저 이름 모를 꽃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은 그저 똑같은 생명체 일 뿐임이 느껴진다.


회색빛의 빙하의 물은 거대한 협곡을 따라 흘러간다.
꽃에게 물어본다. "너는 어쩌다 이나라 이땅 이곳에 뿌리를 내렸니?"


회색빛의 흐린 하늘을 보여준 것이 미안하기라도 했던 걸까? 데티포스를 거의 다 나오니 회색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과 설산을 보여 주며, 넓은 초원과 농가가 있는 평원 위에 일곱 색의 반달 띠무늬의 무지개가 보인다. 나도 정확히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뒤에 받는 선물 같은 기분이 들며 세상에 모든 것을 존중하며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데티포스를 보고 나오니 흐렸던 날씨는 점점 파란 하늘과 멀리 설산을 보여 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무지개를 보니 착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다음 아이슬란드 여행의
베이스캠프.

그냥 그대로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

'아쿠레이리(Akureyri)'


아이슬란드 북쪽에 있는 도시. 수도 레이캬비크 도시권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 그리고 지금도 생각나는 가장 가보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 레이캬비크에서 차로 4시간이 걸리는 이도시는 아이슬란드 북쪽에 위치한  '아쿠레이리(Akureyri)'라는 도시이다. 레아캬 비크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고 하여 크고 복잡하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아담하고 이쁜 도시이다. 단 몇 시간 동안 머물렀지만 다시 한번 꼭 오리라 다짐하며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웃음 지어지며 생각 나는 도시이다. 이곳은 특별히 유명한 것도 유별나게 맛있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도시 분위기 자체로만으로도 인상 깊고 머무르고 싶은 도시이다. 한국에서 11시간을 날아와 다시 차로 몇 시간을 달려야 하는 먼 곳임에도 왠지 마음이 편해지며 여유로워지고 번잡하지 않은 그냥 그대로 있고 싶은 도시였다. 다음에 아이슬란드에 가게 되면 베이스캠프는 무조건 이곳으로 할 것이다.


'아쿠레이리(Akureyri)'는 '아이슬란드의 북쪽 수도'라 불리며 레이캬비크에 이어서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지역이며 네 번째로 큰 도시이다. 레이캬비크에서는 이 도시로 가는 로컬 항공편이 있으며 어업의 근거지, 상공업의 중심지, 농산물의 집산지로 기후는 온화한 편이다.


유람선이 보이는 아쿠레이리 항구
알록달록 한 아쿠레이리의 건물들
도시 입구에 있는 바이킹 배 모양의 아이슬란드 상징 조형물


도시에 도착하니 동화 속에 나오는 집처럼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있는 번잡하지 않은 도시의 느낌이다. 현찰이 필요하여 ATM기를 찾기 위해 거리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아주 친절하게 은행을 알려 주었다. 어느 교차로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자신의 차가 지나가면 방해가 될까 봐 초록색으로 신호등 색이 바뀌어도 사진을 찍을 때까지 기다려 준다. 뒤에 있던 차들도 빵빵거리지 않고 그저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동양에서 온 이방인에 대한 친절에 감사의 손을 흔들었더니 환한 웃음으로 답례를 하던 금발의 운전자 여성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타국인을 위한 작은 친절과 배려가 그 나라의 이미지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음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아쿠레이리 시내는 첫 느낌 그대로 평온한 느낌이다. 거리 중앙에 있는 화단에는 이쁘고 선명한 색들의 꽃들이 피어 있고 바람이 불어 조금은 쌀쌀했지만 카페 테이블에서 여유를 느끼며 한가한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커다란  북극곰 인형이 상점 앞에 등을 기대고 서있고 사람들은 사진도 찍고 주변을 보며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작고 호젓한 도시의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간판에 쓰인 글씨보다는 벽에 붙어 있는 영화 포스터로 영화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건물도 보인다. '아이언맨 3'을 상영하는 듯 벽에 크게 광고를 하고 있다.


거리 중앙에 화단이 있는 아쿠레이리 거리
오후 1시35분의 아쿠레이리 거리
거리가 영화 세트장 같다. 동그란 등이 켜지는밤이면 더 멋있을것 같다.
영화 포스터들과 '아이언맨 3' 광고판이 붙어 있는 영화관


아쿠레이리에도 레이캬비크의 할그림스키르캬 처럼 교회가 있다. 발음이 매우 힘든  ‘아쿠레이리라르키르캬(Akureyrarkirkja)’ 교회가 멀리 보인다. 이 나라 교회는 대부분 주상절리의 모양을 형상화하여 만들어졌다. 이 교회도 양쪽 기둥의 모양을 주상절리 모양으로 형상화하였고 이 교회 또한 이 도시의 랜드 마크라 한다. 현재 아이슬란드인들은 대부분 기독교를 믿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 한 곳에는 우리나라의 산신 할머니를 믿는 토속 신앙처럼 옛날 신화 속 엘프와 난쟁이를 믿고 있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모든 것이 동화 같은 나라이다.

 

멀리 아쿠레이리라르키르캬(Akureyrarkirkja) 교회가 보인다.


거리를 걷다 보니 커다란 빨간 우체통이 보이고 사람들이 주변에서 무언가를 적고 있다. 알고 보니 아이슬란드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나 소망을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아이슬란드 산타에게 배달이 되고 크리스마스에 산타로부터 편지가 온다고 한다.

특이하게 아이슬란드에13명의 산타가 있다. '율(Yule) 아저씨들'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크리스마스 13일 전부터 차례대로 밤마다 아이들을 찾아간다고 한다. 그들은 하는 일이 제각각 달라 음식을 훔쳐 먹거나 짓궂은 장난을 하는 산타들이다. 아주 옛날에 아이슬란드에 먹을 게 없었기 때문에 산타가 음식을 훔치는 인물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하는데 지금은 우리가 알고 있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로 인식되어 있다고 한다.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가 담긴 우체통
어느 상점앞에 있는 커다란 인형들. 이 거리에는 북유럽 신화에 자주나오는 괴물인 트롤 인형도 있다.

 

점심때가 지나서인지 배가 고파 먹을 곳을 찾던 중 핫도그 가게 안에 들어가 주문을 하려 하니 점원들이 영어를 하지 못했다. 메뉴는 사진을 보며 고르고 첨가하는 소스는 무조건 all로 손짓을 하였더니 까르르 웃으며 주문을 받는다. 이곳에서는 핫도그를 양고기로 만든 소시지가 들어가서 인지 램 도그(lamb-dog)라 불리기도 한다. 레이캬비크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방문했던 유명한 핫도그 집이 있다. 숙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찾아가 먹어 볼 수 도 있었지만 어찌하다 보니 이곳에서 처음으로 핫도그를 먹게 되었다.


아쿠레이리에서 먹은 햄버거 (출처 : idratherbeiniceland.wordpress.com)


다음 여정을 위해 오래 머물지 못하고 잠깐 동안 머물렀던 아쿠레이리. 시간이 짧아서였을까? 이상하게도 도시를 떠나려 하니 섭섭한 마음이 들며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여유롭던 거리와 친절했던 사람들 그리고 동화 같았던 그곳 모두가 생각이 난다. 저 멀리 하얀 구름 아래 아쿠레이리가 보인다. 언젠가는 꼭 다시 올 수 있을 것이다.


멀리 아쿠레이리가 보인다
다음 엔젠가는 꼭 다시 오겠지...잘있어. 아쿠레이리..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아쿠레이리 거리


이 나라는 어디에 있든 자연의 순리처럼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자동차의 속도를 올리며 1번 국도를 달리고 있는 저녁 10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가도 가도 태양이 환하게 떠있다. 레이캬비크로 가는 국도 어딘가를 지나갈 즈음 점점 주변과 하늘이 붉게 물들며 저 멀리 해가 넘어가는 장면이 보인다. 어디를 가든 어느 시간이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나라 아이슬란드. 그 아름다움을 눈에 담으며 어느 곳에 서있든 자연의 순리처럼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드는 나라.


이제 이 나라에 머무를 시간이 점점 짧아짐을 느낀다.

어느 상황에서든 마지막은 항상 아쉬운 것이므로 당연히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만

그래도 왠지 마음은 섭섭해지며 슬퍼지는 기분이다.


잠시 차를 세우고 세상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일몰을 바라본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나라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붉게 펼쳐진 대지를 바라보며 어딘지 모를 어느 도로 위 그 자리에 한참 동안을 그렇게 서있었다.


잠시 차를 세우고 붉게 물들어 가는 아름다운 일몰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냥 그 자리에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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