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숨겨진 진실을 밝힙니다.
세무조사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얼굴이 굳는다. 세무공무원인 나조차도 세무조사 통지서를 발송해야 할 때면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누군가의 하루를 긴장으로 물들게 만드는 일이니까. 하지만 때로는 세무조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누군가를 구하기도 한다는 걸, 나는 그 회사를 조사하면서 알게 되었다.
서류상으로는 탄탄해 보였다. 그런데 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 표정이 어두웠다. 재산이 없었나 싶었지만, 부동산 금액이 적지 않았기에 외견상으로는 그렇게까지 힘들게 보이지는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장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평범한 조사였다. 조사를 시작하고 하루, 이틀, 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매출과 매입, 경비를 차근히 맞춰보던 중 이상한 흐름이 눈에 띄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지출 시기와 명목, 지급처와 수취자가 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파고들수록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여직원 한 명이 수십억원을 몇 년에 걸쳐 횡령해온 것이었다.
사장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게... 그게 그런 거였습니까?"
사장은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그냥 사업이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리 해도 돈이 남질 않아서… 내가 무능한 줄로만 알았어요.”
그는 밤마다 고민하다가 죽을 생각까지 했었다고 했다.
물론 횡령 사실을 발견한 것 자체가 기쁜 일은 아니었다. 직원의 배신이라는 감정이 여전히 사장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회사가 어려워진 것이 자신이 무능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음까지 생각했던 그 절망이 사실은 다른 누군가의 범죄 때문이었다는 것을 뒤늦게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었다.
세무조사는 언제나 두렵고 부담스럽다. 그러나 때로는 그 어둠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는 유일한 빛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그 빛이 고통일지 모르지만, 또 누군가에겐 그 빛 덕분에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과거 세무조사관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하는 일이 단순히 세금을 걷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은 때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금도 그날, 절망 끝에서 다시 살아나던 사장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