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하나 잘못 잡아 70억을 잃은 가족의 이야기
며칠 전, 세무사 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정말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사업을 중국에서 했던 한국인 사업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사건이었다. 평소에도 자주 듣던 상속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이번 건은 조금 달랐다.
그가 중국에서 운영하던 법인의 주식이 자녀들에게 상속되었고, 자녀들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그 법인에서 배당금 70억 원을 받았다. 그리고 상속세로 35억 원을 냈다.
여기까지는 ‘그래, 많이 냈지만 그래도 절반은 남았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배당금 70억에 대해 배당소득세 35억 원이 추가로 나오면서, 자녀들의 손에 남은 돈은 딱 0원이 된 것이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자녀들이 부랴부랴 중국 법인을 정리한 거라고 했다. 사업을 계속할 능력도 없고, 그렇다고 법인을 방치할 수도 없으니 일단 배당을 받았던 것이다. 상속세는 예상했겠지만, ‘내가 배당을 받는 순간 그건 나의 소득이다’라는 단순한 사실을 놓친 것이다.
우리는 보통 상속세만 떠올린다. ‘아버지가 가진 걸 상속받았으니 세금을 낸다.’ 여기까지는 이해된다.
하지만 ‘상속받은 주식에서 내가 배당을 받는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 순간부터는 나의 소득이 되고, 그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상속세 35억, 배당소득세 35억.
액수만 보면 마치 세법이 자녀들의 통장을 노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세법은 감정이 없다. 말 그대로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얘기를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 ‘아… 이건 구조만 잘 짰어도…’라는 아쉬움이 확 올라왔다.
중국 법인의 이익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방식은 정말 여러 가지다.
이 상속인들처럼 배당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도 있다.
배당을 여러 해로 나눠 받으며 세율 구간을 조절할 수도 있다
법인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법인에서 차입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급하게 판단하고 한 번에 70억을 배당받는 순간 모든 선택지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세법은 ‘이미 발생한 사실’에 대해 판단하지, ‘그때 다른 선택도 있었는데요?’라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 이야기 속의 자녀들도 나쁜 선택을 하려던 건 아니다. 그냥 선택할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조금만 구조를 정리했더라면, 혹은 상속 후라도 차분히 전문가와 상의했더라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늘 긴급 상황에 먼저 손을 들게 한다.
가장 평소에 준비해야 하고, 가장 사전에 점검해야 할 일들이 바로 그런 순간에 가장 빨리 뒤로 밀린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의 선택이 수십억 원의 차이를 만들어버린다.
사람들은 종종 세금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구조가 어려운 경우가 훨씬 많다. 특히 해외 법인을 상속받은 경우는 회수하는 구조가 곧 세금이다. 상속세만 보면 그럴듯해 보이는데 상속 이후의 흐름을 보면 완전히 다른 세금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늘 전체 거래를 놓고 말한다.
“여기서 이렇게 움직이면 이 세금이 나오고, 저렇게 움직이면 이런 세금이 따라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미 결정을 다 하고, 실행까지 한 뒤에 찾아온다. 그때는 대부분 되돌릴 길이 없다.
우리는 돈을 버는 일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돈을 어떻게 가져오고, 어떻게 분배하고, 어떤 구조 속에서 움직이도록 설계하느냐가 결국 더 큰 차이를 만든다. 집도 기초공사가 잘못되면 나중에 금이 가듯 세금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상속받은 해외 자산은 더 그렇다. 상속세를 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자산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진짜로 내 손에 남는 돈이 완전히 달라진다.
혹시 지금 해외에 자산이 있거나, 앞으로 상속받을 가능성이 있거나, 그 자산을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 중이라면 실행하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물어보라.
“이 구조가 맞나요?” 하고.
때론 그 질문 하나로 당신이 실제로 손에 쥐게 될 금액이 정말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7천만 원이 아니라, 7억 도 아니라, 때로는 그 중국 법인 자녀들처럼 70억 전체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