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의 '달팽이'를 , 힙합 스타일의 노래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저 또한 너무 빠르게 달려온 부작용인지, 아니면 본래 성격이 느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삼봄은 느린 존재들에게 꽤나 정감을 느끼곤 합니다. 거북이도 그렇고, 달팽이도 그렇지요. 느리게 걷고 있다 보니, 발밑으로 지나고 있는 달팽이 한 마리의 질주(?)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가 말하길 아스팔트 길은 너무 뜨거워서 위험하니, 더 온도가 상승하기 전에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모습일 수 있다고 보더군요. 인간의 기준으로 봤을 때야 느리겠지만, 저 달팽이가 달팽이 중에 가장 빠른 친구일 수도 있고.
숙소로 돌아온 후 달팽이 관련 시와 노래를 조금 더 찾아봤습니다. 패닉의 <달팽이>라는 유명한 노래도 떠 오르고, 외로운 달팽이의 좌절감을 노래한 정호승 시인의 시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이 날은 도종환 시인의 달팽이의 문장들이 눈에 더 깊게 들어오더라고요.
새순이 푸른 이파리까지 가기 위해
하루에 몇 리를 가는지 보라
사과나무 꽃봉오리가 사과 꽃으로
몸 바꾸기 위해 하루에
얼만큼씩 몸을 움직이는지 보라
속도가 속도의 논리로만 달려가는 세상에
꽃의 속도로 걸어가는 이 있다.
온몸의 혀로 대지를 천천히 핥으며
촉수를 뻗어 꽉 찬 허공 만지며
햇빛과 구름 모두 몸에 안고 가는 이
우리도 그처럼 카르마의 집 한 채 지고
아침마다 문을 나선다.
등짐 때문에 하루가 휘청거리기도 하지만
짐에 기대 잠시 쉬기도 하고
이 짐 아니었으면 얼마나 허전할까 생각하면서
우리도 겨우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아름다움도 기쁨도 벗어 버릴 수 없는
등짐의 무게 그 깊은 속에 있다는 걸
온 몸으로 보여주며
오늘도 달팽이는 평온한 속도로
제 생을 옮긴다.
_ 도종환 <달팽이>
꽃의 속도라는 은유적 표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인과율, 업(業)을 뜻하는 '카르마'처럼 집 한 채 지고 가는 달팽이의 고단함도 느낄 수 있었고요. 심리치료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경험이 현재를 강력하게 구속하고 있는 제 경험이 떠오르곤 합니다. 업(業)이지요. 다만 짊어지기로 선택했던 모든 것들을 그저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리석은 선택의 결과라고 할지라도, 때에 이르기까지 그 집을 기꺼이 짊어지고 나아가는 달팽이를, 혹은 달팽이 같은 저를 응원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달팽이를 주제로 힙합 버전의 노래를 만들고, 힙한 달팽이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시길~ 가사는 아래 덧붙여 둡니다.
힙한 달팽이
유튜브에서 <힙한 달팽이> 감상하기 https://youtu.be/fIiRREyRjUg?si=y5Zd3BygGDs7qh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