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해 떠나요 _ 김선우 시인
어느 날 나는 사랑이 아닌 것들이 내 삶을 이끌도록,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랑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고 싶다. 지난 미숙한 사랑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 성찰 중 몇 가지를 담아 '사랑 아냐 (It's Not Love)'라는 제목으로 노래 하나를 만들어봤다.
사랑 아냐
"사랑은 식는다.
오해 말기를. 사랑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니다. 침착하고 차분해진다는 뜻이다.
사랑이 식는다고 해서 곧바로 권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 식는 것이 곧 사랑의 죽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격정적인 에너지를 요구하는 열정의 단계에서 평화의 단계로 이행되는 시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불안해하거나 투정하거나 그저 적응하거나 외부로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정직하게 인지하고 서로의 상태를 체크하며 더 깊은 사랑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해야 한다.
사랑의 주체들이 지닌 진심과 성숙의 깊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때가 실은 이때부터다.
권태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이 시기를 잘 알아채고 지혜로운 노력을 한다면 사랑의 갱신은 가능하다.
권태로운 관계의 의무적 지속은 완벽한 홀로됨보다 훨씬 외롭고 해롭다.
권태 속에 안정감 있게 고여 있는 영혼보다 사랑 속에 불안하게 흔들리는 영혼이 언제나 더 사랑스럽다.
때로 사랑을 놓고 떠나는 일이 사랑을 구원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_ 김선우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 p45~47
https://youtu.be/8cyS_ESje3o?si=rToob-9QjMQA6pW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