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쓰기, 그리고 오늘을 살기
그동안 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지만, “글쓰기를 잘하느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선뜻 “예”라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남들보다 글을 잘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제 마음을 진실하게 담아내고 있는지, 글을 읽는 분들의 아픔과 열망에 닿고 있는지를 묻다 보면, 감히 글을 잘 쓴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사실 제 글의 수준은 늘 부끄럽게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글쓰기보다 제가 더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다행히 여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밥벌이로 코칭과 그룹 퍼실리테이션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질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기획할 때도, 공부할 때도 질문을 바탕으로 사유를 전개하곤 합니다. 속되게 표현하자면, 저는 이 능력으로 생계를 유지할 만큼은 잘합니다. 흔히 어떤 능력으로 생업을 이어가면 “프로”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자칫 자랑처럼 들릴까 조심스럽지만, 저는 질문의 프로입니다.
책을 낸 경험이 있으니 글로도 돈을 벌어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사는 데 쓴 돈이 책으로 번 수입보다 수백 배는 많을 것입니다. 누군가 제게 원고료를 주며 글을 청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글쓰기를 놓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마추어일지라도 이 일은 더 잘하고 싶습니다.
저는 여전히 시를 씁니다. 언어의 마술사 같은 시인들의 작품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제가 쓴 시와 사랑하는 시인들의 글을 노래 가사로 바꾸어 부르며 즐기곤 합니다. 이 일을 더 잘하고 싶어 제법 많은 돈을 투자하는 저 자신을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이 질문을 더 잘하고 싶어 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도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제가 글쓰기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실 수 있다면, 저는 스승으로 모실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글 한 편을 써두고, 다음 주에 만나 뵐 분들을 위해 질문을 준비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어떤 일을 더 잘하고 싶으십니까? 시간을 들이고,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잘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저는 여러분이
이미 잘하고 계신 일보다,
더 잘하고 싶으신 일이 무엇인지
늘 궁금합니다.